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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Dec 10. 2019

20191210 辛巳日



1. 상담소를 정리하고, 홍대를 벗어난 것도 벌써 10일이 지났다. 사주에 인사신으로 생지가 많고, 진술축미 고지가 없어서 그런지 떠나간 것에 대한 미련은 거의 없고,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환상이 언제나 더 큰 편이다. 집은 상경해서 다섯 번째 집이고, 일은 알바를 제외하면 세 번째 일이었을까. 어쩌다보니 서울로 올라와서 건대,신촌,홍대로 항상 대학가 근처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조용한 동네에 사니 삶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 같다. 재밌는 건 5년간 그렇게 번화가 근처에 살았건만 술 마시고 노는 걸 즐긴 적은 손에 꼽는다는 점. 


지금 사는 곳이야말로 나와 어울리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집근처에 있는 천을 따라 걸어가면 북한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도 마음에 든다. 깔끔한 새 집에 오자 전에 없던 집 꾸미기, 가구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겨서 이것저것 물건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도 당겨져서 홍대에서 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느낀다.


2.상담소를 접고 나서야 타로카드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땐 뭔가 쫓기는 기분이 들고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타로카드에 별로 관심가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질문이 생길 때마다 카드를 섞어서 쫙 펼치고 한 장씩 카드를 골라본다. 그게 정답일지는 곧이 곧대로 확신할 수 없지만 질문에 답하는 것 같은 적당한 카드를 고르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동시성 원리,라는 개념을 알지만 그걸 바로바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르다. 최근 사주상담에서도 상대가 정답을 바라지만 확정해주기 어려운 질문을 만날 때면 타로카드의 답변을 함께 버무려준다. 


3.연말에는 사주풀이 단체 워크숍 제안이 들어와 13명 앞에서 2시간 동안 단체 사주풀이를 하기로 했다. 이때까지 최대로 많이 상담한 게 작년 이맘때쯤? 6명에 3시간이었는데 그때보다 사람은 많아지고 시간은 줄어들어서 또 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여러 사람 앞인 만큼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텔링과 포인트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잘 준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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