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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Mar 11. 2020

사주 연월일시 구조의 뜻과 작용 (3)

고서에서는 연월일시를 근묘화실로 표현하여 연주는 뿌리, 월주는 줄기와 풀, 일주는 꽃, 시주는 열매로 나타낸다. 간단하게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조상은 뿌리요, 자손은 그 열매라는 뜻'이다. 좀더 자세히 보면 근,묘,화,실로 사주 네 기둥을 구분하여 각각의 역할과 특징, 존재 의의를 나타내고, 그에 맞춰 초년~말년의 시간 흐름과 사회~개인의 공간 의미를 나타낸다. 근묘화실의 식물 비유로 알 수 있듯 연월일시는 각각 분절할 수 없는 연속성을 가진 일체이며, 각각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필수적이고 고유하므로 뭐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뿌리는 식물의 존재를 지탱하는 의미를 가지고, 뿌리를 기반으로 땅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온 줄기와 거기서 자란 풀은 세계-사회와의 관계-작용을 나타내고, 꽃이 핀 것은 식물의 아름다운 개성이고, 열매를 맺은 것은 식물의 최종 결과물인 동시에 다음 세대로 전환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부연해서 이 근묘화실의 식물을 '혼(魂)'으로 본다면, 이 식물을 기르고 관리하는 주체를 '영(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인간의 '자유의지'가 개입되는 것이다. 개인의 의지 발현이 요원했던 과거 왕정 시대에는 혼의 비중이 지배적이었기에 사주-숙명론이 어느정도 적용되었다면, 현대의 민주사회로 갈수록 영의 비중이 커져가기에 점찍어 맞추는 숙명론의 설득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근묘화실의 연속성을 다시 인과 관계로 생각해보면 연주는 월주의 원인, 월주는 연주의 결과, 다시 월주는 일주의 원인, 일주는 월주의 결과, 일주와 시주도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 넓게 보면 연월주가 원인으로 일시주의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결과는 원인에 따라 무조건적,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현재 진행의 발현 양상에 따라 오히려 결과가 원인을 재정의, 재해석할 수 있는 능동적, 조건적 주체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따라 미래가 정해진다(정해져있다)는 결정론보다는 오직 현재를 살아갈 뿐인 자유의지를 개입하여 과거와 미래를 유연하게 변화시켜 재정의,재해석할 수 있다는 관점을 지향하는 것이다. 현재를 통해 미래 뿐만 아니라 과거와도 소통한다는 관점이다. 과거의 무의미한 뻘짓처럼 보이던 것들이 미래에 하나로 관통시켜 독창적이고 의미있는 결실을 만들어낸다면 '무의미한 뻘짓'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모티프'로 재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과거의 우직한 성실함이 당시에는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것이 미래에 뻔하고 지루한 단순 반복 패턴만 자아낸다면 '우직한 성실함'이 '별 영양가 없는 행위'로 재정의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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