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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Mar 24. 2020

사주와 영혼백 (1)

사주팔자가 같아도 다른 삶을 사는 이유


사주팔자가 같아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사주팔자 자체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하게 정해지지 않고, 파악할 수 없는 사주팔자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주로 운명의 대체적인 작동 원리는 살펴볼 수 있겠으나, 인생의 큰 목적 의식이나 세부적이고 미묘한 특성까지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명리학의 논리를 통해 알아갈 수 있는 삶의 큰 틀과 경향성, 방향성, 환경과 행동 양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럼 사주가 같아도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구성 원리를 통해 그것을 알아보고자 한다. 인간은 천지인(天地人) 사상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성을 나눠볼 수 있다. 1)천(天)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 우주적 영(靈), 신(神)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2)지(地)는 인간의 육체를 이루는 물질과 감각, 백(魄)과 정(精)으로 볼 수 있다. 3)인(人)은 인간의 기운과 감정이자 영과 백, 신과 정을 원활히 소통시켜주는 혼(魂)과 기(氣)로 볼 수 있다. 영혼백 이 세 가지는 그 특징에 따라 나눠서 살펴볼 수 있지만 실제 작용에서는 서로 분절될 수 없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다.


영혼백 중에 사주팔자와 연관이 깊은 것은 혼(魂)으로 볼 수 있다. 생년월일시로 만들어지는 사주팔자는 한 사람이 태어난 순간, 첫 숨에 담겨있는 시공간의 에너지가 각인되면서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숨은 태양계 차원에서 만들어진 기(氣)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육체적 질료인 백(魄)의 경우 부모, 조상, 가문, 민족의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전되고, 진화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국가, 고향의 풍수지리적 특성으로 정해지는 가정 환경, 식생활, 문화생활, 관습, 법률, 교육, 인간 관계 등도 백의 요소와 연관있다. 우주적 영(靈)으로까지 나아가면 전생 업보와 고차원적인 자아, 자유의지에 연관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관점과 기준에 따라 영혼백의 특성을 다른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영혼백 각각의 역할을 목적지로 향하는 자동차 비유로 분담해보자. 백은 자동차를 만드는 재료, 공학 기술, 에너지원인 석유 등으로 볼 수 있다. 혼은 자동차의 기능과 이동하는 경로, 그 경로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영은 자동차 설계자이자, 운전 목적을 가진 자, 자동차 운전자로 볼 수 있다. 사주의 혼-대체적인 삶의 양상, 경향, 방향성, 큰 틀-이 같아도 영적인 면에서 삶의 목적과 삶을 경영하는 태도와 능력이 달라질 것이며, 백적인 면에서 건강이나 체력, 지능, 재능, 인복 등이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혼적으로 형태상 삶의 진행 양상과 경향성이 비슷하게 흘러가는듯 보여도, 영적으로 고차원 자아의 차원에서 내용상 삶의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자동차 비유를 연장해보면 목적지와 이동 경로, 날씨는 같아도 운전의 목적이 개인마다 다르다. 목적지에 이르러 여행하고, 탐구하고,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순간의 경치를 즐기는 드라이브가 되기도 하며, 단순히 지루하고 따분해서 차를 끌고 떠나는 것이 되기도 하고, 누가 시켜서 떠밀어서 어쩔 수 없이 가거나, 누가 쫓아와서 정신없이 도망가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고, 간혹 마음 먹고 분탕치기 위해 움직이는 자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삶의 과정에서 애초의 목적과 다른 결과로 나아가거나, 목적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열어둬야할 것이다) 또 백적으로 자동차의 성능에 따라서 목적지로 향하는 효율과 자신감, 분위기, 사고 가능성 등이 달라지면서 운전 과정과 목적 달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말하자면 운명이란 영혼백이라는 세 가지 차원의 함수 중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조합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럼 우주적 영을 설계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고차원 자아가 혼과 백을 결정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몸을 가지고 현상계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명하게 알 수 없는 영성과 믿음의 영역인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한 바로는 공덕을 많이 쌓아 영적 레벨이 높을수록 내생의 설계 능력과 결정 권한이 커질 것이고, 반대로 공덕을 안 쌓거나 악업을 저질러 영적 레벨이 낮을수록 내생의 설계 능력과 결정 권한이 작아지거나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적어본다. 전생-과거의 카르마와 현생-지금 이 순간의 자유 의지를 통해 영적 레벨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만드는 나비효과도 있는데, 하물며 이러한 영과 백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같은 사주혼을 가진 개별 인생에 크나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사주의 모든 글자와 관계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영과 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로 받을 경우 장점이 중요하게 발현될 것이고, 반대로 영과 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로 받을 경우 단점이 우선적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예컨대 같은 괴강살이라도 누군가는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누군가는 난폭함과 잔인성으로 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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