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떡볶이는 순한맛이 살짝 매콤하고, 매운맛은 아주 매운맛이다. 그래서 간혹 적당히 맵게 달라는 손님에게 적당히 맵게 만들어드리면 아주 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곤혹스럽게도 가게에 아직 생수나 판매용 캔음료가 비치돼있지 않다.
어제 왔던 손님은 정말로 매워서 현기증이 오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한데, 저희 물이 없어요.."밖에 없었다. 적당히 매워하던 손님은 그 소릴 듣자 더 매워졌다고 멘붕이 온듯한 모습을 보였다. 매운맛을 잘 못먹는 나는 그 끔찍한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가게를 구석구석 둘러봤고, 마침 전에 친구에게 받은 비타500을 발견했다. "아니면 이거 비타 500 하나 드실래요?" 권했고, 손님은 아주 감사히 받으며 옆에 친구에게 말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야!" 다급한 화재를 진압하듯 비타500을 물길 삼아 입안으로 열심히 들이부었고, 다행히 아까보다는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친구에게 한박스 건내받은 호의를 손님에게도 하나 떼어주니 달달한 음료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고 구원의 물길이 되었다. 매일 한병씩 마시며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되새기고 있었는데, 이번엔 되려 내가 감사받을 일까지 생겼으니, 다음 약속이 잡히면 무조건 내가 사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