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by 은한

오픈을 한지 얼마 안됐을 때 친구가 가게 위치를 알려줘 찾아온 손님-형이 한명있다. 친구가 알바하면서 알게된 형인데 집이 건대 근처라 했고, 직장은 레스토랑 직업은 요리사다. 형도 사장은 아니었지만 장사를 한 적이 있고, 같은 요식업에 종사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금새 친해졌다. 형제 관계도 형은 세살 아래 동생이 있고, 나는 세살 위에 형이 있어서 절묘하게 일치했는데, 그 얘기가 나오자 우린 웃음으로 더 가까워졌고 형은 내게 말을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형은 고맙게도 요식업계 선배의 입장, 나이가 더 많은 형의 입장에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아주었다. 가게 오픈한지 얼마 안 됐기도 하고 내가 그닥 깔끔하지는 않은 편이라 가게 구석구석 지저분한 곳이 눈에 띄었는데 형은 음식파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위생이라고 몇번을 강조했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이렇게 지적을 당하니 경각심이 달라지고 더 빨리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진짜 더 신경써야지.'


형은 떡볶이를 다 먹고 바로 갔는데, 얼마 안 있어 다시 되돌아와서는 놀랍게도 한가득 담긴 다이소 비닐봉투를 건냈다. 안에를 들여다보니 요식업에서 주로 쓰이는 위생용품이 들어있었고, 형은 "앞으로 깨끗이 청소하라고 사주는 거야"하고는 쿨하게 가버렸다. 조언과 충고만 하고 갔으면 내 다짐은 조만간에 퇴색되고 잊혀질 것이며, 형의 조언과 충고 또한 오지랖과 잔소리로 바꼈을 것이다. 그런데 형은 내게 다짐을 주고, 다짐과 행동 사이의 거리마저 없애 줬으며, 조언과 충고에 진정성을 빛냈다.


이제는 마감할 때면 가게에 더러운 곳이 눈에 들어오고, 형이 사준 위생용품의 위치와 형의 얼굴이 동시에 떠오른다. 아무리 귀찮고 집에 빨리 가고 싶어도 나의 고민 시간은 매우 짧다. 조언이 다짐을 주고, 선의로 다짐과 행동 사이의 간격을 없앴는데 그 두 가지 과정이 모두 선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행동을 안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건 형이 보인 성의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스스로의 양심상으로도 너무 부끄러운 일이 된다.


형에게 오지라퍼, 꼰대가 되기 너무나 쉬운 이 세상에서 진정한 선배, 조언자가 되는 방법을 배웠다. 혹여나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후배, 친구를 만난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되물림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나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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