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메타 명리의 근본원리: 삼극(三極)
무극은 아무것도 표준 잡을 게 없는 ‘없음의 극치’입니다.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무한히 열린 공간과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게 무극입니다. 무극이 마음의 바탕을 제공해 거울처럼 모든 걸 투명하게 비춘다면, 태극은 거울에 비치는 모든 것을 일일이 신령하게 알아차립니다. 수리로 따지면 무극은 허허공공하여 텅 비어 있는 ‘0’이죠. 만법(萬法)을 질서정연하게 갖추고 있는 태극은 우주 만유의 근거가 되는 유일무이한 극치점입니다. 수리로 따지면 태극은 온 우주 만법을 ‘한울’로 포용하는 거대한 ‘1’입니다. 진리는 하나로 통하기에 0과 1의 수학적 특징도 무극과 태극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줍니다.
0은 무한(∞)으로 향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이는 무극(0)이 접힌 질서에서 만법(∞)을 ‘잠재’하고 있다는 초월성을 보여줍니다. ‘텅 빈 충만’은 문자 그대로 보면 모순 같지만, 순수한 존재 그 자체인 무극의 진리를 잘 표현해주는 말입니다. 무극에서 불생불멸하여 영원하고 완벽한 만법을 다 품고 있지만, 아직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 알아차림은 비활성화된 상태입니다. 태극은 의식의 초점이 모여 뚜렷하게 알아차리는 직관 능력이 활성화된 상태를 말합니다. 태극은 의식이 현상계를 직접 창조하고 구현하는 주체가 됩니다.
1은 어떤 수와 곱하거나 나눠도 그 숫자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모든 수를 낳아주는 ‘부모수父母數’로 불립니다. 1은 하나의 통합 안에서 0에서 무한(∞)에 이르는 모든 수와 능히 1:1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태극(1)이 무극(0)에 잠재된 만법(∞)을 통합 안에서 또렷이 전지하게 ‘직관’하고 있다는 알아차림의 속성을 보여줍니다. 유가와 불가에서 함께 말하는 ‘텅 비어있되 신령한 알아차림’(허령지각虛靈知覺·공적영지空寂靈知)은 태극의 진리를 잘 표현해주는 말입니다.
위의 도식은 무극은 밑바탕에 깔린 존재의 핵이라는 ‘본체’ 측면을 강조하고, 태극은 의식의 초점을 잡아 내가 나를 돌이켜 봄으로써(회광반조回光返照) 무극에 잠재한 근본원리를 직관하여 선명하게 만드는 ‘작용’ 측면을 강조한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무극은 불 꺼진 태극이고, 태극은 불 켜진 무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극皇極은 태극이 품고 직관하는 근본원리를 따라 실질적으로 현상계를 낳고, 기르고, 경영하는 측면에서 ‘온 우주를 경영하는 임금의 극치’라는 의미입니다. 무극·태극이 순수한 절대계를 의미한면 황극은 절대계이면서 동시에 현상계를 직접 굴립니다. 황극은 무극의 존재와 태극의 원리에 근거하여 현상계(음양)를 경영하는 것이죠.
무극은 태극의 본체이고, 태극은 황극의 본체입니다. 태극은 무극의 작용이고, 황극은 태극의 작용이죠. 무극은 모든 것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바탕을 제공한다면, 태극은 모든 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신령하게 알아차리고, 황극은 현상계에서 직접 모든 걸 일으키고 사라지게 하는 능력을 선보입니다. 윤홍식 대표님께서 읽기 쉽게 풀어주신 『삼일신고(三一神誥)』1)에는 존재의 하느님인 무극, 창조의 하느님인 태극, 경영의 하느님인 황극의 진리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환웅께서 이에 이르시길, 아! 그대 무리들아, 저 푸르고 푸른 것이 ‘하늘’이 아니며, 저 캄캄한 것이 하늘이 아니다. 진정한 하늘(天)은 형체나 질량이 없고, 시작과 끝도 없으며, 위아래와 동서남북의 사방도 없도다. 텅 비고 공허하되(虛空), 존재하지 않은 곳이 없고 포용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삼일신고(三一神誥)』, 제1장 하늘에 대한 가르침 「천훈天訓)
‘하느님’은 위 없는 맨 첫 자리에 계시면서 큰 덕(大德)과 큰 지혜(大慧), 큰 힘·능력(大力)으로, 하늘을 낳고 무수한 세계를 주재하시며, 하나하나의 만물을 만드시되 티끌만한 것도 빠뜨리지 않으셨다. 밝고 밝으며 신령스러워 감히 그분을 이름 지어 헤아릴 길이 없도다. 소리와 기운으로 간절히 원하고 빌면 친히 그 모습을 드러내신다. 자신의 본성에서 그 씨알을 구하라. 하느님이 너희의 머릿골 속에 이미 내려와 계신다. (『삼일신고(三一神誥)』, 제2장 하느님에 대한 가르침 「신훈神訓)
<참고자료>
1)지은이 북창 정렴·풀어쓴 이 윤홍식 『윤홍식의 용호비결 강의』봉황동래 2020 p.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