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메타 명리의 근본원리: 삼극(三極)
위의 도식에서는 명암으로 절대계와 현상계를 구분했습니다. 길이나 넓이를 전혀 차지하지 않는 가장 중심의 0차원 중심점을 무극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하학적으로 중심점은 본래 따로 표현하지 않아도 원에 내재한 전제이듯, 무극은 절대계와 현상계의 변하지 않는 궁극적 존재 바탕입니다. 중심에 가까운 작은 동심원은 절대계의 순수한 빛이 조금도 왜곡되지 않고 만법의 근본원리를 품고 있는 태극을 나타냅니다.
태극은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갖추고 있는데, 절대계에서는 음양오행이 분열되지 않고 통합된 상태로 구분됩니다. 음양오행의 근본원리가 현상계에서 표현될 때 질서정연하게 분열되는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죠. 태극이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품고 있기에 그러한 질서에 맞게(원의 중심을 교차하는 십자선) 황극이 현상계(확장된 동심원)를 펼쳐내어 경영합니다. 무극·태극·황극에 대한 면우 선생님의 설명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텅 비어 아무런 조짐이 없는 것은 ‘본체’(體, 무극·태극)요, 닥치는 경계 따라 나타내는 것이 ‘작용’(用, 태극·황극)이다.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이 ‘본체’요, 감응하여 천하의 법도에 통하는 것이 ‘작용’이다. 온갖 ‘형상’(象, 근본원리·이데아)들이 질서정연한 것은 본체(무극) 가운데 작용(태극)이 있는 것이요, (현상계로 나아가) 절도에 맞게 처신하여 오차가 없는 것은 작용(황극) 가운데 본체(태극)가 있는 것이다. [上-7. 원리에는 본체와 작용이 있다(理有體用)]1)
황극은 태극에 근거하여 원리적으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운적으로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현상계를 경영합니다. 황극의 경영으로 이루어지는 천지자연의 순환법칙, 생물의 창조·생존·번식·진화는 물론, 선악을 짓는 고등생물의 인과응보와 운명까지 모두 태극에 새겨진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근거로 이루어지고 작동합니다. 보이지 않는 뿌리와 드러난 줄기가 본래 한 생명의 본체와 작용이듯, 절대계(무극·태극)를 근거로 현상계(음양)가 존재할 수 있고, 절대계(태극·황극)의 작용으로 현상계(음양)를 창조하고 경영한다는 점에서 결국 절대계와 현상계는 본래 하나입니다. 삼극은 감춰진 음양이고, 음양은 드러난 삼극이라는 것이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운명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이유, 사주팔자가 성립될 수 있는 이유는 영원히 변치 않는 초월적 섭리가 존재하고 현실에서 실제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운명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근본원리를 직관하고 이해한다면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운명을 현명하게 경영해나갈 힘이 생길 것입니다. 누구나 명상을 통해 에고를 잠재우면 마음의 중심에서 삼극(하늘이 명령한 본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명상이 익숙해지고 깊어질수록 우주 만유가 무극을 바탕으로 존재하고, 태극의 신령함으로 알아차리고, 황극의 능력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영성이 계발될수록 태극이 알아차리는 내용(양심의 고차원적인 진리)을 더욱 깊이 깨달아 하늘이 인간의 본성(양심)에 명령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근본원리가 바로 선악의 기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나아가 황극의 우주적인 목적을 차츰 이해하여 황극의 경영을 도와 함께 빛을 밝히는 양심 구현의 능력이 발달합니다.
명상으로 접속하게 되는 절대계는 영원불변하고, 아무 조건 없이 그 자체로 지극한 행복이며, 진정한 나이고, 조금도 오염되지 않고 청정합니다(상락아정常樂我淨). 절대계의 삼극은 진리와 사랑의 빛을 현상계에 무량하게 건네는 광원光源(지선至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반면 일상에서 살아가는 현상계는 늘 변화하니 무상하고, 내 뜻대로 안되니 괴롭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없어 허무합니다(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 빛이 발원하는 중심에서 벗어나고 멀어진 현상계는 필연적으로 음양의 이원성에 제약되어 그림자가 드리우고 오염이 발생하니 명암明暗(선악)이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내 마음의 ‘밝은 덕’(明德)에서 특징별로 핵심을 추려낸 게 곧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근본원리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원만하게 균형 잡힌 인의예지는 이상적인 선善의 모습으로 현상계의 선악을 판단하는 선명한 기준이 되어줍니다. 현상계의 밝음과 어두움은 모두 절대계의 빛으로 이루어지지만, 현상계에서는 어둠에 매몰되어 빛을 망각하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절대계와 현상계 사이 황극에 미지의 베일(마야Maya)이 드리워져 절대적인 광원을 가리고 왜곡하여 현상계의 발생 원인이 되는 무명(無明)을 자아낸다고 봅니다. 그림자도 근원적으로 빛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건데, 대부분 절대적인 빛을 못 알아보거나 억지로 무시하고 상대적인 어둠에만 집착하는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죠.
무극·태극과 달리 황극은 음양의 분열에 직접 참여합니다. 따라서 황극은 온 우주의 음양 운동을 주도하며 동시에 현상계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 속에 스며들어있다고 볼 수 있죠. 절대계 차원에서는 황극이 전체를 통으로 경영하지만, 현상계 차원에서는 각 부분을 일일이 경영하는 것입니다. 현상계 차원의 존재들은 빛을 가리는 어둠의 왜곡(업장)으로 인해 ‘본래 하나인 우리(한울)’를 망각하고서 ‘외따로 분리된 나’들로, 제 나름의 황극으로, 각자의 주인공 의식(에고)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본래 하나인 황극은 지공무사(至公無私)하기에 영성이 발달한 존재일수록 어둠을 밝히고 떼를 벗어내 자기만의 이익보다는 모두의 이익을 위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참고자료>
1)면우 곽종석 저 윤홍식 역 『이결』(원리에 대한 요결), 네이버 카페 <홍익학당>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