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망의 일반적인 의미는 밑독이 깨진 항아리처럼 채워도 채워도 계속 새어나가는 작용으로 봅니다. 보통 공망에 해당하는 간지의 십성에서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과 갈증을 느끼면서 집착이 생기기도 하고 허망함을 느낄 수도 있죠. 부정적이면 일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될 일이 아닌데도 헛짚고는 시간/에너지/돈을 많이 투자하며 허탕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집중하면서 의외의 분야에서 의외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공망이라고 그 자체로 일의 길흉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심리적인 작용으로 더 크게 올 수 있기 때문에요.
공망운에 부정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빠른 태세 전환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내가 이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는데 어떻게 그만둬’라고 고집하면 잘못된 길로 한참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때그때 흘러가는 상황의 결을 잘 관찰하고 직관의 신호를 잘 파악해서 처음 꽂히거나 고집했던 대로 무리하게 밀고나가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유연하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어두는 게 좋겠죠. ‘이거 아니면 안 돼’라거나 ‘이거여야만 해’라고 에고의 욕심을 내세우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무심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흉을 최대한 피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갑오순(甲午旬)의 정유(丁酉) 일주 같은 경우 갑진년(2024), 을사년(2025)에 공망운이 들어오는데 천간의 인성(문서/계약/학업/자격/윗사람/인기,인정,인복 등)과 관련된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공망은 기본적으로 지지에서 발생하고 현실적인 지지의 영향이 정신적인 천간에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4년에는 정인-상관으로 들어오니 공망된 상관(표현/재능/창작/기존의 틀깨기/구설 등)으로 인해 정인(공인, 정식, 보편)도 공망이 들고, 25년에는 편인-겁재로 들어오니 공망된 겁재(경쟁자/형제/친구/동료/낯선 사람 등의 관계/투자/투기/소비)로 인해 편인(특수, 특화, 전문)도 공망이 듭니다. 구체적인 사건을 딱 짚어서 예측하는 건 어렵고, 대체로 이러한 큰 틀에서 공망이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