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간지(干支)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볼 때 연역적으로 5가지, 귀납적으로 1가지로 총 6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연역적인 분류법은 60의 약수(2×30=3×20=4×15=5×12=6×10)를 통해 형성된다. 귀납적인 분류법은 현대 인류가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기(西紀)의 수리를 통해 형성된다.
보통 60간지를 '육갑(六甲)' 위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분류법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분류법이 어떠한 결로 흘러가는지 특징을 파악해두면 60간지 시스템에 대한 사고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육갑 분류법은 여섯 가지 '갑(甲)'(갑자/갑술/갑신/갑오/갑진/갑인)을 시작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갑목(甲木)은 '생명의 탄생'을 뜻하는 오행 목(木) 중에서도 '새로운 정신과 기운이 시작됨'을 뜻하는 양간(陽干)이기에 (후천적인) 십간의 첫 번째 순서를 차지한다.
6의 약수에 2,3이 포함되기에 육갑(6) 분류법 안에 음양(2)과 삼재(3)의 분류법을 포함시키면 효율적으로 종합해서 살펴볼 수 있다. 육십간지를 음양으로 나누면 '갑자(甲子):갑오(甲午)'로 이등분되고, 삼재로 나누면 '갑자(甲子):갑신(甲申):갑진(甲辰)'으로 삼등분된다. 음양 분류에서 갑자(甲子)는 양의 시작, 갑오(甲午)는 음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삼재 분류에서 갑자(甲子)는 하늘(天)의 시작, 갑신(甲申)은 땅(地)의 시작, 갑진(甲辰)은 사람(人)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다시 음양 분류를 세분하면 갑자에서 갑오까지는 양기가 시작되어서(갑자) 무르익고(갑술) 마무리되는(갑신) 과정이고, 갑오에서 갑자까지는 음기가 시작되어서(갑오) 무르익고(갑진) 마무리되는(갑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육갑의 여섯 가지 시작을 분류법의 맥락에서 대칭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갑자(甲子) : 가장 순수한 정신적인 시작
갑술(甲戌) : 정신적인 시작의 영향 안에서 현실적인 고려도 시작
갑신(甲申) : 정신적인 시작을 마무리하며 현실적인 방향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
갑오(甲午) : 가장 순수한 현실적인 시작
갑진(甲辰) : 현실적인 시작의 영향 안에서 정신적인 고려도 시작
갑인(甲寅) : 현실적인 시작을 마무리하며 정신적인 방향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
오자 분류법은 다섯 가지 '자(子)'(갑자/병자/무자/경자/임자)를 시작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자수(子水)는 '생명의 정보'를 뜻하는 사상 태음(太陰) 중에서도 사상의 가장 순수한 에너지를 뜻하는 왕지(旺支)이기에 십이지의 첫 번째 순서를 차지한다.
십이지(12)를 중심으로 60간지를 분류하기에 자연스럽게 오행(12×5)의 결이 함께 형성된다. 5층으로 이뤄진 60간지 분류의 각 층에 좌우 양끝에 같은 오행으로 배정되어 해당 층을 특정 오행의 시작과 끝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좌측에는 자축(子丑)이 오행의 시작을 드러내고, 우측에는 술해(戌亥)가 오행의 끝을 드러낸다. 정신적인 저장을 뜻하는 수(水)와 현실적인 저장을 뜻하는 토(土)가 함께 어우러져 정보를 주고 받으며 60간지의 오행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오자의 다섯 가지 정보를 분류법의 맥락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갑자(甲子) : 목의 시작하고자 하는 정보
병자(丙子) : 화의 확장하고자 하는 정보
무자(戊子) : 토의 중심을 잡고자 하는 정보
경자(庚子) : 금의 수확하고자 하는 정보
임자(壬子) : 수의 저장하고자 하는 정보
사상 분류법은 지지의 사왕지(四旺支 : 子午卯酉)를 시작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천간에서는 갑목(甲木)과 상대하여 합하는(甲己合化土) 기토(己土)가 시작의 기준이 된다. '갑기합화토'는 중심(土)을 잡기 위한 음양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사왕지도 12지 사상의 순수한 에너지/절정/중심을 의미한다.
사상을 대표하는 각 층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간지를 살펴보면 천간은 무계합화화(戊癸合化火), 지지는 사생지(四生支)를 이룬다. '무계합화화'는 활동 에너지(火)를 얻기 위한 음양의 마무리를 의미하며, 사생지도 12지 사상의 발동 에너지/시작을 의미한다. 위치에너지가 커질수록 운동에너지도 잠재적으로 커질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이처럼 사상으로 분류한 육십간지 시스템에는 시작할 때 중심을 잡으며 주춤하고, 마무리할 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추진력을 얻고자 하는 '중화(中和)'의 이치가 내포되어 있다.
4층의 수직을 비교해보면 천간은 각각 '오합(五合)'을 이루고, 지지는 각각 '왕지(旺支)/고지(庫支)/생지(生支)'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상의 네 가지 중심을 분류법의 맥락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갑자(甲子) : 태음(太陰)의 중심(태음의 영역 : 丁巳~辛未)
기묘(己卯) : 소양(少陽)의 중심(소양의 영역 : 壬申~丙戌)
갑오(甲午) : 태양(太陽)의 중심(태양의 영역 : 丁亥~辛丑)
기유(己酉) : 소음(少陰)의 중심(소음의 영역 : 壬寅~丙辰)
여기까지 분류해볼 때 이전의 분류법과 모순되는 정보가 생긴다. 음양 분류법에서 '갑자:갑오'가 '양기의 시작:음기의 시작'이었지만, 여기서는 '갑자:갑오'가 '태음의 중심:태양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간지는 그 특징이 절대적/단편적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관점에서 어떤 각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음양의 성질이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여러 분류법에 따라 형성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특정 간지의 성질을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 잡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흔히 오해하기 쉬운 동양철학의 모호함 때문이 아니라 진리와 세계가 본디 가지고 있는 이중성, 양면성, 모순과 역설의 오묘한 특징이 60간지 시스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일 뿐이다.
현대 인류가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역법은 '서기(西紀)'로 올해는 2022년, 임인(壬寅)년이다. 서기는 10진법을 통해 굴러가므로 10천간과 그대로 대응해서 비교할 수 있다. 십진법의 알파에 해당하는 1과 오메가에 해당하는 10(0)이 십진법의 핵심이 되는 수라고 볼 수 있다. 일의 자리수가 1일 경우 해당 년도의 천간은 신금(辛金), 10으로 넘어가 0일 경우 해당 년도의 천간은 경금(庚金)으로 배정된다.
서기는 예수님이 탄생한 시기를 기준으로 서양에서 시작된 역법인데, 재밌게도 서방(西方)은 사상으로 소음(少陰), 오행으로 금(金)에 해당하여 서기 분류법의 시작 기준점에 해당하는 숫자 1에 신금(辛金)이 배정되고, 끝 기준점에 해당하는 숫자 0(10)에 경금(庚金)이 배정되는 것과 의미가 통한다. 또한 오행 금(金)은 수확의 로고스를 가리키는데, 예수님께서는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추수하는 주인에게 밭으로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간청하라!"(『도마복음』 73절)라고 말씀하신 복음의 메시지와 서기가 보여주는 대표 오행(金)의 로고스가 묘하게 통한다. 나아가 예수님이 지구에서 인간 농사를 추수하고 '지상천국'을 열고자 하는 것은 근현대 한국의 선지자들이 선포한 '후천개벽(인문개벽)'과 뜻을 같이한다.
그런데 학자들은 예수님이 실제 탄생한 해는 서기 1년이 아닌 기원전 3~7년 사이(甲寅~戊午/甲寅旬: 현실적인 시작을 마무리하며 정신적인 방향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로 보고 있다. 인류사의 중차대한 일에 하필 절묘하게도 이런 오차가 생기게 된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는 하늘의 뜻이 담겨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위의 60간지 분류표에서 'N자'를 형성하고 있는 경신신유(庚辛申酉)의 금(金)을 통해 인류 문명에서 알곡과 쭉정이를 명확하게 분별하고 정리해서 수확하고자 하는 로고스를 엿볼 수 있다.
60간지를 최적으로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면서 60간지 시스템을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유연하게 관찰하고 탐구할 수 있다. 현대 인류는 서양의 영향으로 뭐든 쪼개고 분리해서 부분에 치우쳐 분석하는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이는 동양철학의 영역에 속하는 명리학과 역학계에 있어서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뭐든 치우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 안에서의 관계를 살펴보는 사고방식을 통해 부분(점)과 전체(흐름), 분석과 직관의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인 특징이 결론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이유도 다름 아닌 전체 시스템의 분류와 관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기에 근원과 기초를 바르게 확립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