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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Oct 11. 2017

비가 좋다. 비에는 추억이 농밀하게 맺혀있다. 비는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순환으로 내린다. 비를 보며 과거를 추억하던 과거의 나를 추억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답답하고 삭막했던 시공간 군대에서도 비는 내렸다.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빗물 웅덩이에 고요하게 울려퍼지는 파동들을 바라보며 가뭄에 이르렀던 나의 마음에도 시원한 비가 내림을 느꼈다. 빗물에 무슨 대단한 추억이나 업적이 담겨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소소하고 무의미한 기억들. 하지만 그럼으로써만 가치있을 수 있는 소중한 나날들이 담겨 있다. 비는 앞으로도 계속 내릴 테고, 나의 비는 조금씩 더 두터워지리라. 젊음이 사라지더라도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길, 찬란했던 시절보다 더욱 아름답기를 빗소리 들으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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