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길을 걷던 중에 그녀는 넓고 한적한 방에서 꼭 필요한 물건을 찾아보듯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물을 바라보는 그 눈은 깊고 투명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 눈빛의 길을 함께 헤매었다. 내 발바닥이 맴도는 곳은 번잡하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웠지만 우리 눈길이 머무는 곳은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이 작은 세상의 소음은 그 순간 작았다.
"저기 있는 밝게 빛나는 것이 뭔지 알고 있어요?" 나는 유독 빛나는 별 하나를 발견하고 물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별의 이름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 눈과 손이 가리키는, 어쩌면 수천 광년의 거리나 건너있을 그것을 찾아내려 애썼다. "음, 저거?" 그녀는 곧 찾아내고는 답해줬다. "저거는 아마 인공 위성일 꺼야." 우리는 계속 걷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커다란 건물에 그 빛이 가려졌을 때 다시 그걸 찾기 위해서 적절한 자리로 움직여야 했다. 우리가 다시 그 반가운 빛을 찾았을 때 그녀는 확신했다. "응, 저거는 인공 위성이야. 별은 하늘에서 반짝반짝 어두웠다 밝아졌다 하거든." "아, 인공 위성이 하늘에서 저렇게 빛을 발하는 거였군요. 난 그걸 몰랐네요. 하긴 저건 너무 가까이서 밝아." 기대했던 별의 이름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저 빛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 밤하늘을 헤매며 나와 비슷한 의문을 품었고 어딘가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 의문의 거품을 터뜨렸던 것 같다.
밤하늘의 망망대해에서 우주의 지도를 펼치고 눈빛을 표류시키는 일. 홀로 탄 배인줄 알았던 그녀에게 문득 탑승객 하나는 철없는 질문을 던진다. 어느새 능숙한 선장이 된 그녀는 언젠가 자신이 겪어본 의문의 결을 지나오며 상냥하게 빛을 안내해준다. 밤하늘의 물결은 아주 얌전했고 우리는 곧 지상으로 안전하게 돌아와 다시 번화가를 걸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