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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Oct 11. 2017

암흑

얼마전 이상한 꿈을 꾼 적이 있다. 룸메이트가 된 어떤 남자애와 얘기를 나누고 함께 커피를 마시러 카페로 갔다. 커피를 들고 자리로 가는 중에 그 아이는 허공에 대고 지퍼를 열듯이 공간을 양옆으로 한 번, 위아래로 한 번, 또 양옆으로 한 번해서 세 겹을 능숙하게 찢어내더니 허공에서 열린 암흑 속으로 태연히 들어가고는 사라졌다. 빛이 한 줌도 새어들지 않는 그 암흑은 절대 고독의 공간, 그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들어간 건 그 아이였는데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외로워졌다. 북적이는 카페에서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둠은 죽음의 상징이었던 것 같다. 그런 꿈을 꾸게 된 이유는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자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내 마음 속에 한 조각 생생한 공백을 남겼고, 그 새까만 공백은 마치 블랙홀과 같이 삶의 의미들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와 함께 친구였던 친구들 모두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초승달이 뜬 날이었는데 유서도 안 남기고 떠났다. 삶에 미련이 한 조각도 남지 않은 거겠지. 그를 생각하면 무서운 고독감에 짓눌리게 된다. 한번씩 시간이 멈추고 그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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