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햇빛, 저녁엔 조명빛

by 은한

일을 하면서부터 앉아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다 보니 될 수 있으면 출퇴근 시간에는 걸어다니려고 한다. 너무 추운 한겨울이나 무더운 한여름이 아니라면. 오늘도 팟캐스트를 들으며 유유히 걸어왔다. 아침에 맞는 겨울 찬공기가 그리 매섭지 않았고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겨울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명리에서는 인생에도 30년 주기로 변하는 계절이 있다고 말해주는데, 지금 내 인생의 계절 또한 겨울이다. 10대에 접어들었다면 20대인 지금은 한겨울인 셈이다. 겨울에 추우면 집밖에 안 나오고 실내에 머물러있듯이 인생의 겨울도 인생이, 사회가 추우니 내면으로 들어가는 시기가 된다. 내면으로 들어가니 고독하고, 사색하며, 겨울은 인생으로 따지면 죽음으로 향하는 시기라 종교나 철학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또 나는 갑인(甲寅) 일주로 나무[木]의 기운을 기준으로 쓰는 나에게 있어서 겨울 물[水]의 기운은 공부로 받아들여진다. 한편으론 겨울에 벌벌 떠는 나무지만, 다른 한편으로 내적으로는 자양분을 받아 치열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또 갑인 일주에게 인성은 공망-밑독이 깨진 항아리-이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해도해도 항상 갈증을 느끼게 된다. 자수(子水)도 명리 공부 인연을 만드는 대표적 글자이며 인성 공망 또한 이 공부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30대 까지도 겨울이 이어지니 아마 30대까지는 계속 이 공부를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줄 때 계절을 얘기할 때면 "봄이 좋은 거고, 겨울은 안 좋은 거죠?"라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한 인상으로 계절의 희기를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계절마다 확연히 드러나는 특성이 있으며, 사주에 따라 겨울이 좋은 사주도 있고, 여름이 좋은 사주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나는 공기중으로 퍼져있는 수의 기운이 나에게 반가운 영양분이 된다는 걸 명리 공부를 하면서 더욱 느끼고 있다.


IMG_8597.jpg?type=w773

아침에 상담소에 도착하면 차를 마신다.


오늘 상담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침묵 시간-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나 어색해하는-을 되도록 줄이기 위해 해줄 이야기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오행도 보고, 십성도 보고, 십이운성도 보고, 신살도 보고, 형충파해도 보고, 년월일시-근묘화실도 풀어주고, 인생 전체 대운도 봐주고, 지금 대운 디테일하게 봐주고, 작년 올해 내년 세운도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봐주고, 그래도 남으면 주변 사람, 궁합을 봐주면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에 보이는 걸 모두 얘기하면서 나도 다시 복습하고 생생한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도 신선한 학습이 이뤄진다. 지금은 압축 요약 상담할 실력도 짬도 아닌듯 하고, 당분간은 모든 걸 풀어헤치는 상담을 지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신기했던 상담은 지금은 29살인, 고등학생때 친구인 남자 두 명이 왔는데 둘 다 똑같은 기미 일주였다. 일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60갑자니깐, 둘이 똑같은 일주일 확률은 1/3600이다. 그런데 그런 확률로 만난 사람은 마치 자신의 분신인 마냥 서로가 잘 통하는 사람이 되고, 서로에게 깊은 인연으로 남을 수밖에 없으리라. 성향만 비슷한 게 아니라 그들에게 닥치는 운의 흐름도 대운에서는 조금 다를지언정, 디테일한 세운, 월운, 일운은 똑같이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깊고 진하게 형성된다. 가족 사주나, 커플, 친구 사주를 보면 볼수록 인연이라는 게 정말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낮에 모르는 번호로 누군가 10명쯤 되는 그룹인데 2시간 정도 신년 운세를 가볍게 보고 싶다는 기획을 전해왔다. 10명 앞에서 뭔가 얘기를 해야하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꺼 같고, 이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꺼 같아서 흔쾌히 응했다. 두번째 상담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꽤 길었는데 아까 문자 주신 분이 직접 방문해서 기획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다들 다른 회사를 다니고 동아리 같은 모임이라고 했다. 입소문이 더 다양하게 퍼질 수 있어서 그 점은 괜찮았다. 페이는 5만원으로 10명 사주 보는 것 치고는 가볍긴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어서 처음부터 부르는대로 그냥 받았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재밌고 가볍게 봐달라고 부탁하셨는데, 지금은 한없이 진지한 상담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일단 떠오른 거는 순위 정하는 남자..이런 걸로 성격이 센 사람, 재물복, 궁합, 신기 best5 이런 걸 정해봐야겠고 그분들의 공통점 차이점을 엮어주면서 얘기해주는 것 정도. 1월 말에 스케줄이 잡혔는데 잘 준비해봐야겠다.

IMG_8600.jpg?type=w773

낮에는 햇빛(丙火) 밤에는 조명빛(丁火)


마지막 손님이 22시 10분 경에 나가고 거의 동시에 오랜 블로그 친구인 히읗님과 불님이 오렌지쥬스를 들고 방문해주셨다. 작년 여름도 되기 전에 만나고 처음 만난 거라 반갑고 또 굳이 들려주셔서 고마웠다. 그것도 오렌지 쥬스까지 사들고. 그때는 각자 어색한 블로그 친구들이었는데 지금은 두분이 커플로 등장하게 된 것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궁합도 뭔가 재밌는 조합이다. 같은 계수 일간이라 정신적으로 통하는 면이 많고, 일지는 묘유 충돌해서 만나면 자극되고 스파크가 튄다. 오늘은 세시간 연속 상담을 한 상태라 버거워서 궁합을 제대로 못 봐드렸는데 다음 기회에 더 깊이있는 풀이를 해드려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끝없는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