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에이미 아담스, 제레미 레너, 포레스트 휘태커
개봉 2016 미국
우주 배경,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이며, 그게 무지막지한 액션 장르가 아닌 조금이라도 신비로운 철학이나 과학을 담고 있는 내용이라면 거르지 않고 관람하는 편이다. 컨택트는 그런 의미에서 감독과 예고편만 보고도 내게 커다란 흥분감을 안겼다. 처음에는 1990년대에 나온 '콘택트'가 재개봉 혹은 리메이크 되는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라이벌(arrival), 도착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한국에서는 컨택트(contact), 접촉이라는 뜻으로 개봉했다.
왜 제목을 이렇게 바꿔서 개봉했는지 생각해보면, 우선은 컨택트라는 단어가 상대적으로 어라이벌 보다는 한국인으로써는 친숙하고 쉬운 단어이고, 다른 이유로는 위에 언급한 콘택트라는 명작이 한국에서도 크게 이름을 날렸기 때문에 그 후광 효과를 노린 게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내적으로 생각해볼 때 어라이벌은 "그들이 우리에게 당도했다"는 외계생명체에 포인트를 맞추었고, 반면에 컨택트는 "우리가 그들과 접촉한다"는 인간을 주체로 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컨택트라는 제목도 큰 무리는 없지만 아무래도 늬앙스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한 번 보고, 1년 정도 지난 후 최근에 다운받아서 한 번 더 봤다. 한창 명리 공부를 할 때 영화를 봤기 때문에 내게는 이 영화가 인상 깊게 남았다. 주인공은 특별한 외계언어를 전수받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볼 줄 아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담담히 수용하고 살아간다는 내용. 이걸 명리에 대입해보면 특별한 외계언어는 사주팔자와 운을 나타내는 십천간, 십이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명리 역시 공부하면 할수록 과거를 깊이 이해하게 되고, 미래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명리 공부를 하기 이전과 이후는 사고방식에 커다란 전환이 오는 것 같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감각과 시간을 대하는 관념. 인생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예컨대 이 사람이 왜 저런 말과 행동,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를 사주팔자와 교차하며 골똘히 관찰,생각해보면 납득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
다르게 생각하는 지점은 컨택트는 단일한 우주에서의 단일한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인데, 나는 차라리 다중우주를 받아들이며 다른 우주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제각각인 나들을 상상할 수 있다. 세상의 복잡함과 인생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인간은 누구나 자유의지를 가지고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전혀 다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쪽이다. 하물며 사주팔자에서도 분명 최적의 직업성은 보이지만 그것 말고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직업을 나열해보면 생각보다 다양하게 나온다. 사주팔자 내에 있는 여덟 글자(인생의 가능성)중에 어떤 글자를 내가 발전시키고 즐겨 쓰는지에 따라 변화의 여지 또한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바뀌지 않는 건 다른 우주에 있는 나들은 모두가 비슷한 성향과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삶에서 좋은 시기와 안 좋은 시기는 대체로 같이 흐를 것이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순간 대기중으로 형성된 천기가 몸안의 바코드로 새겨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생년월일, 시간, 성별까지 같으면 사주팔자 운명이 같다고 볼 수 있다. 내담자분들도 종종 그런 걸 물어본다. "그럼 저랑 태어난 생년월일,시간이 같은 사람은 똑같은 모습으로 사나요?" 모든 게 똑같지는 않다. 우선 태어난 풍수지리적 장소도 영향을 미치고, 살아가는 환경이 도시인지 시골인지에 따라서도 경험의 폭과 질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펜대 굴리면서 수학,과학 배우는 도시 출생과 논밭에서 흙만지는 시골 출생의 선택지는 분명 다를 테니까. 그리고 같은 생일에 태어나도 만나게 되는 부모님은 다르다. 부모님이 가진 사주팔자 성향,직업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며, 부모님 사주에서 자식의 모습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서도 희기가 달라진다. 사주팔자는 내 운명만 보는 것보다 부모님의 관점, 조상과 나라의 관점까지 같이 관찰할 때 더 정확해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개운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행운과 팔자를 더 알차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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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우연히 나와 같은 성별, 생일이고 태어난 시간만 한 타임 앞인(사실 이것도 사주의 1/4과 팔자 전체의 관계성이 바뀐다는 점에서 엄청 큰 차이긴 하지만) 손님을 만났다. 동일 생일자 연구에 훌륭한 샘플을 제시해줄 꺼 같아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컸다. 그는 과연 나와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비슷한 성향에 비슷한 인생 길을 나아가고 있을까? 그 상담은 커플 상담으로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 일단 키는 나와 비슷했다. 여자친구를 대하는 다정함과 낯선 사람인 나를 대하는 왠지 모를 경계심도 어딘가 익숙했다. 또 내가 말하는 사주팔자 얘기를 근본적으로 불신하는듯한 태도(편인)도 한때 내가 보였던 모습이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니 그 사람은 지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했다. 2014년부터 장사하기 시작해서 공무원 생각은 꿈에도 안하는 나와 결정적으로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에게는 둘 다 년월에 관살이 있는데, 그분은 관성의 세력을 따른다면 나는 관성을 거부하고 마이웨이로 가는 모습. 태어난 시간에나는 식신(관성을 극한다)을 가졌고 그 사람은 편재(관성을 생한다)를 가졌기 때문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 것 같다. 둘 다 인성, 공부와 관련된 대운을 지나고 있는데 그 사람은 관성을 따르는 공부만을 하고 있고, 나는 분야를 막론한 독서, 그중에서 특히 명리 공부를 하고 있다. 독서를 많이 하냐고 물어봤더니 여친이 게임이나 한다 했다. 이것도 시간에 나는 문창귀인이 있어서 인문학, 글쓰기에 더 관심과 재능이 있고 그걸 키우기 위한 욕심이 또다시 독서 욕심이라는 순환을 부르므로 차이가 생긴 것 같다. 형제로는 세 살 차이나는 형이 있었는데 그건 나와 똑같아서 신기했다. 또 이십대부터 가족과 독립하게 산 것도 같았다. 차 타고 다니는 걸 보니 집에서의 지원도 괜찮은 편인 거 같다. 가족들 사주도 궁금해서 엄마, 아빠, 형 사주를 펼쳐봤는데 역시나 우리 가족과는 전혀 다른 사주였다. 그럼에도 그 분이 받아들이는 가족과의 관계성은 나와 비슷한 점이 있을 것이다.
중학생 때였나 '세상에 완전하게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는 결코 친해지지 않고 거리를 둘 꺼야'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을 만나보니 그 생각이 일리가 있었던 것 같다. 원래는 우연히 나에게 어라이벌한 이 사람의 연락처를 알아둬서 앞으로 우리 둘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한번씩 컨택트하면서 관찰,연구해보려고 했는데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서 번호를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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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컨택트의 중요한 컨셉인 새로운 언어의 습득=새로운 사고방식의 탄생에는 공감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단일한 우주에서의 하나 뿐인 운명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어진 운명이 비디오 찍히듯 정해져 있다면 사주팔자 상담은 뭐하러 할까. 운명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 그중에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그리고 어떤 방법(개운법)을 통해 삶이 나아질 수 있을지, 언제 좋은 운이 와서 적극적으로 쟁취하고, 언제 안 좋은 운이 와서 수성하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를 알려주는 것이 사주 상담사의 몫,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