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는 꿀같은 잠에 깊이 빠졌다. 그래서인지 새벽 세 시쯤에 자려고 누웠는데도 정신이 또렷했다. 스마트폰을 뒤적이다가 노래도 틀어보고 뒤척이면서 자세도 바꿔보았지만 좀처럼 잠에 빠지지 않았다. 새벽 6시가 넘어서야 잠들 기미가 보였고 9시 알람을 11시 10분으로 재조정하고는 잠들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10시59분이었다. 상담소 오픈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알게 모르게 긴장과 불안을 느꼈었나보다. 지금은 적응이 됐는지 전보다 여유가 생긴 거 같다. 네 시간 정도밖에 못 잔 거 치고는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금방 일어나서 팟캐스트를 들으며 샤워했다. 어제 여자친구가 만들어준 참치김밥에 계란을 입혀서 아침을 바로 먹지는 않고 도시락을 싸서 상담소로 향했다. 지하철을 내리고 다이소에 들려 떨어진 일회용 커피와 마테차를 사갔다. 상담 초기에 정수기 없을 때는 물 사와서 혼자 마시면서 했는데, 지금은 내담자분이 들어오시면 직접 커피나 차를 권하고 타드린다. 작은 차이지만 이것도 상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데 작지만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상담소에 도착해서 프린트를 뽑고, 유투브 강의를 들으며 아침에 준비해간 김밥을 오렌지쥬스와 함께 먹었다.
첫 상담은 남자 세 분을 동시에 했다. 원래 세 시간 진행해야 하지만 남자 세 분이어서 그런지 빨리 빨리 핵심만 짚고 넘어가서 1시간 반만에 상담을 마칠 수 있었다. 역시 상담은 1대 1로 해야 제대로 나오는 거 같다. 친구가 옆에 있으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의식을 하게 될 수밖에 없고 본연의 속내를 드러내는 데 방해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1대1일 아니면 깊이 파고들기에 망설여지기도 하니깐.
두번째 상담은 오후 5시쯤 편의점 도시락을 사와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들어왔다. ?? 예약은 분명 비워져있었는데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더니 예약하고 오셨다고 한다. 시간을 착각하신 줄 알고 이름을 물었더니 다른 이름이었고, 예약 인원을 확인해보니까 그 사람이 있었다. 알고보니 오늘 상담소 도착하고 나서 점심에 당일 예약을 한 분이었는데, 내가 습관적으로 날짜를 확인하지 않고 받아버리는 바람에 오늘 상담이 추가된지 모른 채 넘어가게 된 것이다. 너무나 민망하고 죄송해서 얼른 밥 먹던 걸 치우고, 껌을 씹고, 급하게 프린트를 뽑고, 환기를 시켰다. 다행히 사주 모양이 내가 거리낌없이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관성이 삼합도 되고 천간에 투출, 반대로 말하면 양인달린 정관이어서 세력이 좋았는데 하필 그 중요한 지점이 공망에 빠져서 아쉬웠다. 그럴 경우 관의 혜택을 받되 개인적인 능력을 더 중시 쓸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최선일 꺼라 얘기했다. 남자친구가 미국인이어서 궁합을 보기 애매했다. 그래도 생일을 불러주고 직업,성격,건강 얘기를 주고 받으니 얼핏 맞는 것 같았다.
세번째 상담은 연월에 정재, 정관이 기둥채로 자리 잡고 있었고, 월지 정관격에 지장간에 있는 글자들이 모두 투출해서 사회적 역량이 대단해 보였는데 단 한 가지 일지 욕상관이 월지 정관과 합형, 상관견관하고 있어서 거기서 모든 갈등이 생기는 구조였다. 두번째 상담한 분과 사주 구조는 조금 달랐지만 결정적인 상담 방향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확실히 잠을 적게 자니깐 말을 꺼내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오늘은 일찍, 깊이, 오래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처음으로 예약이 없는 날이기도 하고.. 씁쓸함과 여유로움이 교차하는군. 간만에 운동도 하고, 독서와 공부, 블로그, 마케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