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사주 분석-2

탕화살과 금,인성이 없다는 것

by 은한

1-2시 예약이 파토나서 써보는 하루키 사주 분석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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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큰 사주를 보면 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 경우가 많다. 하루키 사주를 보면 년월일이 자축인이라는 순서대로 점진적 발전하며(子生丑生寅), 인목은 오화라는 삼합으로 도약한다. 인목-식신(재능,표현,전문성)이라는 중심점을 두고 자수(子水)라는 정신적 영역이 오화(午火)라는 눈에 보이는 현실적 영역으로 도달하는 과정이 전형적인 예술가의 모습으로 보인다. 자오(子午)는 원래 만나면 상극이라 충(沖)하는데, 중간에 끼어든 축인(丑寅)이라는 과정이 단순한 충돌(갈등)이 아닌 극적인 변화(창조)로 만든 셈이다.

축인오(丑寅午)라는 세 글자가 모여있으면 탕화살이 완성된다. 탕화살이란 폭발성이 강하다는 뜻으로 성격적으로도 참다가 참다가 한번씩 폭발하는 다혈질이 될 수 있고, 살면서도 화재 위험에 잘 노출될 수 있으니 특히 탕화가 중첩되는 운이 올 때 각별한 주의를 요해야 한다. 또 최근에 몇몇 유명인들 사주를 가만 관찰해보니 탕화살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탕화살이 그 사람 혹은 작품에 대한 관심, 인기도 폭발성이 터질 때가 한 번은 온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탕화살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축토-꾹꾹 눌러서 압축한다. 인목-이제 막 태어나서 밖으로 솟구치려고 한다. 오화-인목이라는 엔진을 만나서 폭발한다. 인목을 두고 축토(-)와 오화(+)가 밀당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데, 인목도 양기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압력에 가해진(탄성력이 강해진) 인목이 오화를 향해 달려가 만난 시점에서는 강한 폭발성이 생긴다는 얘기.
결국 탕화살을 가진 사람의 능력에서도 커다란 압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운이 따라줄 때 빛을 만나서 파괴력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루키 사주에서는 탕화살+자수가 있는데 이거는 압축성이 한 단계 더 강화된 걸 말한다. 인오(寅午)라는 양기와 자축(子丑)이라는 음기가 팽팽하게 대립한다. 하루키가 쓴 글쓰기 방법론을 보면 소설을 쓸 때면 정신의 지하세계로 깊이 내려가서 거기서 보여지는 장면을 글쓰기로 그려낸다고 하는데, 자축 음기의 정신세계를 인오라는 현실적 글쓰기로 건네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루키는 그러한 과정에서 현실세계로 넘어오지 못할 위험성을 항상 인식하고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소설을 쓴다고 했는데, 자축과 인오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볼 때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재밌는 건 하루키 사주에 금(金), 인성(印星)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행 금은 기본적으로 분별력, 자제력, 이성, 마무리로 얘기한다. 인성은 관계로 따지면 윗사람,부모님이 되고, 뭔가를 수용하는 태도-공부로 볼 수 있다. 작가라면 자료 수집하고, 창작한 내용을 분별해서 퇴고하는 과정에서 금-인성이 필수적인 것 같은데 이것 없이도 성공적인 창작가가 된 걸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첫째로 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축토 안에 신금이 들어있어서 인성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생긴다. 이렇게 오행,십성이 어설프게 있으면 없는 것 보다 더한 집착을 만들기도 하는데, 하루키는 학창시절에 세계문학을 섭렵했다고 한다. 아마 그때 읽어낸 작품들이 하루키 무의식의 세계(壬子丑)에 깊이 녹아들었을 것이다.
둘째로 하루키 소설 작법을 볼 때 치밀하게 자료를 수집해서 작품의 끝을 생각하고 창작을 해나가기 보다는, 자기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쓴다고 한다. 이 말은 금이 없으니 금극목-도식,패인 당하지 않고, 그러니깐 자라나는 나무를 도끼로 가지치지 않고 그저 어디까지 자라나는지 한계를 두지 않고 관망하는 셈이다. 목-식상이 창조라는 면에서 오히려 금이 없음으로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창조력이 생길 수 있다. (사주에 어떤 오행이 없다고 무조건 안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위인이나 예술가들의 사주를 살펴보면 대개 결핍된 오행이 있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관습의 틀에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컴플렉스가 위대함을 만든다는 식의 격언은 분명 맞는 말이다.)
셋째 하루키는 초고를 완성하면 작품을 아내한테 가장 먼저 보여줘서 부자연스럽거나 이상한 곳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그 부분은 스스로 아무리 용납할 수 없어도 수정한다고 얘기한다. 아마도 하루키의 아내는 금의 기운이나 인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일반인의 관점에서 상식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범위를 알려주는 훌륭한 조언자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목이라는 시작의 의지는 강하지만 금이라는 마무리의 결단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초고를 완성하기는 쉬워도 퇴고를 반복해야하는 건 지난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하루키 소설을 보면 부모님의 등장이 거의 없고(있어도 이상하거나 도움이 안 되거나 하는데), 철저한 개인으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것도 사주에 인성이라는 부모님이 없다보니 실제로 부모님의 도움, 혹은 사랑을 별로 못 받았거나 혹은 본인의 마음에 부모나 윗사람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을 투영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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