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꿔야 할 습관
암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란다. 지난 5년간, 10년간 내가 몸속에 쌓아온 나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암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암에 걸리고 나서야 허겁지겁 책들을 뒤져가며 공부하다 제일 후회되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점심식사 후 매일 마시던 아이스 바닐라 라떼
월가에서 일할 때는 따로 점심시간이 없었고 오후 4시 정도가 되어야 배가 고파 집에서 챙겨 온 너트종류나 도시락을 먹거나, 오피스 코앞에 있는 식당의 간편식 또는 커피로 때울 때가 많았는데, 한국에 와서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특성상 매일 점심을 팀원들과 함께 먹고, 바로 커피를 마셨는데 주로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마셨다. 설탕 중에서도 제일 안 좋은 단당류인 커피에 넣는 시럽은 암세포의 가장 좋은 먹이라고 한다. 또 우리 장기는 차가운 음식이 들어갈 때 대부분 오그라들고 제대로 기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또 유방암인 경우 우유에 대해 한방과 양방의 의견이 갈리는데 (한방에서는 유제품을 먹지 말라고 하고, 양방에서는 하루 200ml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알고 나니 매일 점심시간 후 마시던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후회되었다. 암에 걸리고는 아침에 음양탕(따뜻한 물 먼저 받고 찬물을 섞어 미지근하게 만든 물)을 마시고, 점심식사 후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2차 항암으로 속이 울렁거릴 때는 가끔 별다방에서 딸기아사이레모네이드를 마시기도 했다. 커피는 되도록 피했지만 정 먹고 싶을 때는 디카페인을 마셨다.
2. 수면 부족
10여 년간 로펌에서 일하는 동안 하루 평균 내 수면시간은 3~4시간이었고, 수면의 질도 현저히 떨어져서 눈만 감았다 뿐이지 온갖 소리가 다 들리는 상태로 아주 얕은 수면 상태였고, 자면서도 긴장 상태를 유지했고 휴대폰 벨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기도 했다. 알고 보니 우리 몸은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회복하고 성장이 이루어진다는데 이는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란다. 또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히터의 전원 불빛같이 작은 불빛도 숙면에 방해가 되므로 암막커튼을 치고 눈에는 곡물로 만든 천연 눈가리개를 사용하고 전화는 거실에 충전하도록 두고 침실에는 알람시계를 따로 준비했다. 적어도 밤 10시에는 침대에 눕도록 노력했고, 항암 하며 몸 상태에 따라 퇴근 후 바로 잠에 들기도 하고 새벽 4기까지 잠을 못 자 뒤척이는 등 일정한 수면 패턴 유지는 아직도 쉽지 않다.
3. 세일하는 식재료만 구입한 것
샐러드바들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왠지 그 돈 주고 풀떼기만 먹으면 맘이 허해지는 것 같아 스파게티나 카레등 단품식품을 주로 먹었는데, 가끔 마트에서 야채들이 세일하면 싸게 구입해서 먹었다. 신선한 야채를 구입해서 섭취하는 것에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그 야채에 들은 농약을 꼼꼼하게 제거하지 않았고 유기농은 그저 비싸다는 생각에 손이 잘 안 갔다. 농사를 지어본 분 말대로 진짜 유기농법으로 키우면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지만, 그래도 친환경과 유기농 인증을 받은 야채들은 좀 낫지 않았을까 싶다. 세금으로 거의 50%의 월급이 나가고 나머지는 모기지로 나머지는 카드값으로 나가던 시절에는 야채뿐 아니라 다른 식재료도 세일하는 품목으로만 자꾸만 눈이 갔다.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꼼꼼히 따지지 않았고 세일 섹션에서 집어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가격차가 많이 나는 계란의 경우는 세일하는 걸 집을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유방암 환자라면 난각번호 1번 유정란을 먹으라고 추천한다. 먹는 방법도 프라이보다는 삶아 먹거나 계란찜이 낫다. 한 책에서는 하루 20가지의 색깔별 야채섭취를 권하는데 쉽지 않다.
여름에서는 써머 파스타 샐러드로, 4가지 다른 색깔의 파프리카, 적양파, 오이, 토마토등 다양한 야채를 잘게 썬 후 레몬즙과 저온착츱 아마씨유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통밀 파스타를 섞어 섭취가 가능했고, 겨울에는 다양한 색깔의 파프리카, 사과, 적양파, 오이, 아보카도를 썰어 김에 싸서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었다. 그리고 유기농 양배추와 유기농 당근을 구입해 간식으로 먹고 있다.
4. 몸을 차갑게 한 것
체온이 1도가 올라가면 면역력이 5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항상 손발에서 열이 나고 속에서도 천불이 날 때가 많아 겨울에도 쪼리를 신고 여름이면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자리를 골라 앉았고 언제나 얼음이 가득 든 음료를 선호했다. 이 모든 것이 암환자에겐 특히 안 좋다.
체온을 올리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꾸준한 운동이다. 하지만 항암을 하면 일상생활조차도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가벼운 산책조차 꾸준히 하기가 힘들어진다. 한방병원에서는 고주파 온열치료를 하는데 나는 일하면서 항암 스케줄 맞추기도 버거웠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에 집에서 따뜻한 온열 패드로 암이 있는 곳에 열찜질을 자기 전에 매일 하려고 노력했다. 또 중고로 집에서 물 없이 할 수 있는 건식 사우나기를 구입해 30분씩 앉아 있으려 했다. 물론 매일 꾸준히는 못했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는 매일 아침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와 소나무숲에 가서 출근 전에 1시간가량 맨발 걷기를 했다. 항암제는 말초신경을 손상하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끝에서 심할 때는 허벅지까지, 손끝에서 팔까지 저린다. 항암 치료가 지속될수록 심해지며 혈전도 잘 생기게 된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주물러 주면 도움이 된다.
5. 수분 부족
몸속에 물이 부족하면 장기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한다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실생활에서 수분 섭취를 일부러 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살았다. 출근 후 오피스 문을 닫고 일을 시작하면 하루 두 번 화장실 가는 것 외에 과장 조금 보태 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물도 되도록 마시지 않았었다. 로펌에서 요구하는 빌러블 아워를 채우려면 하루 13시간 이상은 족히 일해야 했고, 심할 때는 하루 20시간씩도 일했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한 자세로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혈액순환도 자세도 나빠졌을 것이다. 암을 죽이는 항암제는 역설적이게도 암을 유발하는 위험 물질이다. 그런 항암제를 매주 몸속에 네 시간씩 쏟아부으며 암이 죽기를 바라는 동안 다른 장기 손상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A/C라는 항암제는 한국에서는 암환자 사이에서는 "빨간약"이라 불리고 영어로는 "Red Devil(붉은 악마)"로 불리는데 맞고 나면 손톱과 발톱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속이 울렁거려 식사가 힘들어지고, 맞는 동안 혈관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소변도 빨간색으로 나오고 신장에 큰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보충은 필수다.
내가 암에 걸리고 제일 후회하는 5가지를 적었지만, 위에 내용은 암환자뿐만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습관이다. 우리 몸을 좀 더 관심 있게 살피고 보살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