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변: 직장 내 폭력,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너에게만 웃긴 그 농담, 이제 그만 하세요!

by 뉴욕박변

미국에서는 연방법, 주법, 로컬 법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회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폭언에 대해 의무적으로 전 직원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anti-sexual harrassment training)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방법은 5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회사의 경우, 매니저급은 고용된 후 6개월 안에 교육을 마쳐야 하고, 그 후에는 2년마다 적어도 두 시간의 의무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받는 교육의 두 배의 시간입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죠. 상사가 부하직원을 상대로 성희롱이나 폭언을 퍼붓는 경우는, 직원의 입장에서 상사의 부당 행위를 고발하는 데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내 동료가 이런 일을 겪었을 때, '네가 참아' 또는 '무시해 버려'라는 무책임한 위로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는 게 최선인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도, 인사과에 이런 문제를 마음 놓고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만들고, 직원이 이로 인한 불이익이나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보고 체계를 확립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생 여름방학 때 잠깐 한국의 S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OO은행과 친선 축구를 하고, 회식을 하고, 다 같이 노래방을 갔습니다. 그런데 많은 여직원들은 회식을 마치고 노래방 대신 집으로 갔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는, 그럴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래방에서, OO은행 지점장은 술에 취해서는, 앉아있는 제 앞에 서서는 앉아 있는 제 무릎을 자기 양다리로 고정시키고는 위에서 제가 입고 있던 블라우스 깃을 당겨서 단추 사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매우 불쾌했습니다. 벌떡 일어나, "뭐 하시는 거냐?"라고 밀치고 집으로 갔습니다.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아무도 제 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습니다. 그다음 날, S사 과장님께 말씀드리고 그 사람에게 정식 사과를 요청하겠다고 하니, "OO 씨가 미국에서 와서 예민한 거 같은데, 술 취해서 그런 걸 가지고 괜히 복잡하게 일 만들지 말라고..."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있었던 일들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써서 OO은행에 그 사람의 상사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대신 사과한다는 이메일과 함께, 조치를 취하겠다더니, 그다음 해 인사하러 찾아가니, 그 과장님께서 결국 그 사람은 더 좋은 자리로 발령 나서 갔다고 알려 주시더라고요.


만일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처리되었을까요? 명확히 따지자면, 그 사람은 제가 인턴으로 일한 S사의 직원이 아닌 다른 회사의 직원이었으니까요.


제가 배운 바로는, 일단 저는 회사 인사과에 일어난 일을 보고 해야 하고,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를 보고하고, 회사 인사과에서 OO은행에게 이를 알리고 조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연방 노동청, 뉴욕주 Human Rights Department 등 다양한 정부 기관에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 그 사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낼 수 도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 간에 비즈니스 관계가 끝나는 최악의 경우도 있습니다.


1. 보고 해야 해 말아야 해?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게 인사과에 보고할 만한 내용인지 당한 나도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 중 인사과에 바로 보고할 내용은 몇 개 일가요?


1. 상사가 단 둘이 저녁이나 같이 하면서 프로젝트에 얘기해 보자고 하는데, 뭔가 기분이 불편할 때,

2. 김 과장이 회의 자리에서 이대리에게, “원래 임신하면 깜빡깜빡 해지나 봐”라고 비꼬는 경우,

3. 최부장이 회사 옥상에서 커피 마시며, 인턴의 앞 쪽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주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그 인턴이 나에게 와서 이 일을 인사과에 보고해야 하는지 물어올 때,

4. 박사장이, "요즘 살 많이 뺐나 봐, 나이 들어도 몸매가 끝내주네."라고 했을 때.


정답은 1번 빼고 다입니다. 1번은 내 촉이 안 좋다는 이유로 그 상사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인사과에 보고 할 수는 없죠. 그렇다고 단 둘이 저녁을 하자는 제안도 수락하기 불편합니다. 이런 경우는, 회사 카페테리아나 회의실에서 논의하는 게 어떤지를 제안하세요. 그리고 원하지 않는 move를 하면 그때는 인사과에 보고를 해야 합니다.


2번은,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 모르지만, 이것은 "harrassment"에 속합니다. 그럼 내가 목격자인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대한 감정적이지 않은 톤 (respectful tone)으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 듣기 불편하다고 말하고 ("I find it offensive" or "It makes me uncomfortable"), 정중히 그만 해줄 것을 요청 (ask to stop)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You may not have meant it, but your comments were hurtful. You should stop." (그럴 의도가 아니셨더라도, 그런 말은 상처가 되네요. 그만해 주세요.)


3번은 실제 제 주변에 있었던 경우입니다. 최부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그럴 사람이 아니고, 단지 머리카락을 뗘주려고 한 것뿐인데, 인턴이 오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부장이 어떤 의도로 행동을 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포인트는 상식적으로, 이 인턴의 입장에서 성희롱으로 느꼈는지가 중요하죠. 이런 경우, 머리카락이 너무 거슬리다면, 손이 먼저 나갈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깨에 머리카락 하나가 붙어 있네." 하고 말로 알려주세요.


4번 역시 'harrassment'입니다. 듣는 당사자가 자기는 상관없다고 오히려 칭찬으로 들리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동들이 시한폭탄이 되기 때문에 인사과에 보고를 해야 합니다.


2. "Harrassment"와 보복의 정의


미국 평등 고용 정책 추진회 (The US Equal Employment Opportuntiy Commission)에 따르면 'harrassment'를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Unwelcome sexual advances, requests for sexual favors, and other verbal or physical conduct of a sexual nature when such conduct:

explicitly or implicitly affects an individual's employment

unreasonably interferes with an individual's work performance

creates an intimidating, hostile, or offensive work environment

내가 원치 않는데 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성적인 부탁을 하거나, 다른 성적인 언어나 행동으로 그 사람의 직장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업무에 큰 차질을 초래하거나, 위협적이거나 적대적 또는 모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이런 harrassment를 보고했다고 이에 대해 보복을 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복에는, 임금 삭감, 다른 지역 발령, 미팅에서 제외 시킴, 또 이직을 방해하는 경우가 다 포함됩니다.


3. 내가 사건을 조사하는 입장이라면?


그럼 만일 누가 이런 사건이 있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I am really sorry to hear this. Can you tell me more? (그런 일이 일어났다니 정말 유감이에요, 무슨 일일이 있었는지 더 얘기해 줄래요?") 라고 말문을 열고, 그 직원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말해 주세요. (영어로는, 'validate the employee's feelings'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털어놓은 이야기에 대한 비밀보장 ("confidentiality")에 대해 상기시켜 주고, harrassment와 보복을 못하게 되어 있는 회사 정책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4. 내 팀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Business as usual" 평상시처럼 일을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어느 한쪽도 회의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제외시키면 안 됩니다. 항상 프로페셔널한 톤을 유지하고, 혹시라도 팀 내에서 보복이나 왕따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야 합니다.


오늘 글이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신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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