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친구를 잘 둬야 한다. 나보다 어리지만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항상 기분 좋은 밝은 웃음을 가진 배울 점이 많은 친구에게 온 문자.
"언니, 내일 김승호 회장님과 번개 가실 거죠?"
몇 시인지 어디인지도 묻지 않고, "당근"이라고 답하고, 이어서 사진으로 전달된 번개 장소와 시간을 보니, 센트럴 파크 아침 7시.
동생은 토요일도 출근이라 원래는 새벽 5시 반 기상인데, 댕댕이들 산책을 마치고 집에서 거기까지 가려면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요 며칠 <돈의 속성>을 읽으며, 책에 내용을 쉴 새 없이 떠들어서 그런지, 동생은 고맙게도 두 시간 일찍 출근할 테니 가라고 했다.
댕댕이 저녁 산책을 마치고, 자정쯤 회장님께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Fancy 한 편지지도 없고, 촌스런 노란 메모장에 딱 한 장으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찢고 쓰고 찢고 쓰고를 반복해 편지를 마쳤다. 연애편지도 그렇게 써 본 기억이 없다.
새벽 1시가 되어 자려 누웠는데, 두 시가 넘도록 설레서 잠이 안 왔다. 이렇게나 빨리 만날 수 있게 되다니. 정말, 나 뉴욕으로 오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다.
시간 약속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시는 줄 알기에, 6시 23분에 넉넉히 도착해 한 4블록을 걸었을 때쯤, 차에 마스크를 놓고 온 게 생각이 났고,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져서 더 가까운 파킹을 찾아 뱅뱅 돌다가 결국 6:55분이 되었다. 구글맵을 보니 약속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7시까지만 온 사람들과 조용한 장소로 이동한다고 했기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사진에 있는 동상을 찾았는데 7시 1분. 아무도 없었다. 딱 1분 차이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는데, 내 뒤에 뛰어오신 한 분을 마중하러 미리 도착하신 분이 나오시는 바람에 얼른 들어가 회장님 뒤쪽에 숨을 고르고 앉았다. 이른 시간이지만, 30명은 족히 와서 여러 명이 벌써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있었다.
특별히 마련된 원고가 있는 게 아니고,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는 포맷은 유튜브를 통해 익숙했던 터라, 무슨 질문을 할까 고민하다 손을 들었지만, 끊임없는 질문에 한참만에 내 차례가 되었다. 대부분 20, 30대였는데 부러웠다. 일찍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40대입니다. 회장님께서는 돈을 빨리 벌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시작이 늦다 보니 자꾸 조급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질문을 했다.
회장님이 뒤를 돌아 내 눈을 보시더니, "오히려 진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40대부터에요. 20, 30대에 벌은 돈을 끝까지 지키기는 사실 힘들거든. 20, 30대에 실수하면서 배운 것들이 바탕이 되어, 40대는 노후까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40대에야 말로 단단하게 돈을 벌 수가 있지.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았네."라고 하셨다.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고, 대부분의 그동안 봤던 영상과 반복되는 게 많았다. 아마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다 비슷한가 보다.
나의 두 번째 질문은,
"회장님은 부채 없이 사업을 하시는 것으로 유명하신데, 사업 실패를 7번 하시고, 8번째를 시도하시기 전에 부채를 다 갚고, 종잣돈을 마련하시고 다시 시작하셨나요?"
"그때는 나도 빚이 많았지. 살면서 제일 많았어요. 그래서 그때는 8번째를 시도하면서, 부채를 최대한 빨리 갚는 것에 집중했지. 그러고 나서는 다시는 빚을 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이때까지 그래 온 거죠."
사실, 책에서 아이들 태권도 보내는 15불까지도 당분간 보내지 않고 빚을 갚았다는 내용을 읽었었다.
그리고, LA에 로펌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둘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에 로스쿨 졸업하자마자 로펌을 세웠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이 둘은 결국, 변호사라기보다는 100명의 실력 있는 변호사를 고용해, 경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상시 내가 고민하던 '교육'의 영역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는데, '담벼락' 분야라고 분류하셨다. 돈을 벌려면 교육이 안 되고,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돈이 안 벌리는... 그래서 사업 아이템에서 하나는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내가 지금 경영을 배울 수 있는 최선의 Route는 무엇일까?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사이드 허슬을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가진 사업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replicate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마켓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 빚을 최대한 빨리 갚아야 한다. 올해 말까지 7만 불을 더 갚고, refinance 할 생각이다.
지금 있는 로펌에서 더 있을 것인지, 개업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이 된다.
다음 맨해튼 번개까지 숙제를 받아 온 기분이다. 이런 기회와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손편지도 잘 전달했고, 두 번 접어서 바지 뒷주머니에 따로 넣으시는 것까지 확인했다. ㅎㅎㅎ 나도 이런 내가 너무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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