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멈추지 않는 은둔형 자산가

by Jaden

경상도 출신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그분은, 털털한 목소리로 "올해 예순둘입니다"라고 내게 말을 건넸다. 자녀 교육을 위해 캐나다에 거주 중이라고 했다.



몇 번의 만남에서 인상에 남은 건 세 가지였다.

호탕함, 솔직함, 그리고 스스럼없이 내어주는 마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말 카드와 선물이 도착했다.

짧은 인사가 적혀 있었다.


올 해 수고했다는 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

잠시 마음이 머물렀다.



배우는 자의 겸손

두 번째 만남에서 그분은 노트를 꺼내셨다. 얼마 전 알레르기 반응으로 응급실을 다녀왔다며, 병원에서 쓸 수 있는 영어 표현을 물어보셨다. 혈압, 수술 이력, 증상 설명까지. 그날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받아 적으셨다.


다음 만남에도 노트를 가져오셨다. 이미 너덜해져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몇 번을 반복해도 잘 외워지지 않는다며 조용히 웃으셨다.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노트는 조금씩 더 낡아갔다.


그분의 시간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의 시간이 조금씩 보였다. 부모님의 유통 사업 덕에 유복하게 자랐고, 형제자매들 모두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부동산 투자자로 살았고, 지금은 캐나다에 정착해서 부동산 투자도 지속하며 지역 사회 행사를 스폰하며 참여하신다고 했다. 대화 중 자연스럽게 북미권의 부동산 투자법도 알려 주셨다.


한국보다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아침엔 운동을 하고 요즘은 AI를 배워 유튜브 채널 설계를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그분의 기세가 내게도 전해져 왔다.


멈추지 않는 이유

뉴욕에서 일하며 자산가들을 종종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겉모습은 수수하지만 태도는 단정했고, 주변에 베푸는 일에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늘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세상에 뒤처지지 않겠다고

조용히 각오라도 한 듯이.



어쩌면, 배움은 부족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전히 노트를 꺼내 들고 노력하시는 그 자산가의 모습은, 이런저런 핑계로 나만의 도전을 미뤄온 내게도 조용한 충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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