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M&A 전문가, 매일 아침 CNN을 보는 이유

결핍은 성장의 가장 정직한 동력

by Jaden

한국 최고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전문가인 그의 고백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한국 최고의 사모펀드(PE)에서 일하는 인수합병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한국 사모펀드 시장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그가 주도했던 굵직굵직한 딜을 설명하는 모습에는 전문가 특유의 자신감이 분명히 묻어 있었다.


한국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한 그는 빠른 정보력과 친화력으로 경제지에서 대서특필된 사건들의 중심에서 일해 왔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오랫동안 꺼내지 못한 열등감이 있었다. 동기들처럼 해외에서 공부하지 못한 것, 영어 연수 한 번 가보지 못한 것이 그에겐 평생의 응어리로 남아 있다.


실리콘밸리나 글로벌 지사에서 활약하는 동기나 한인 인재 이야기가 나오면, 그는 입을 삐죽거리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 당시 한국 사모펀드 시장은 대부분 해외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해외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중요한 모임에 초대받지 못하는 등 보이지 않는 소외를 경험했다고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그는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하기로 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해외파 동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CNN 뉴스를 보고, 영자 신문을 구독하며 새벽반 영어회화 수업도 병행하면서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금 이 나이에 뭐..."


나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지금이라도 원하시는 나라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것을 해보시는 건 어때요?"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나이에 뭐..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공부를 더 하고 싶으신 생각이 있으시면, 관심 분야를 해외대학에서 깊게 파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아이고, 나이 50이 다 되었는데 가족 두고 저 혼자 해외 가서 뭐 하나요?"


뉴욕에서 흔한 피벗 (Pivot)

그의 대답에 나는 뉴욕에서 보아온 풍경들을 공유했다.


"미국에서는 한 직종에서 15~20년을 일하다가 방향을 완전히 틀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것을 '피벗(Pivot)'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정말 흔한 경로예요. 은행에서 20년 일하다가 제2의 커리어를 위해 법대에 가거나, 교사로 평생을 살다 의대에 진학하는 일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요."


나는 덧붙였다. "주위에서 누구도 그런 '피벗'에 대해 이상하게 보지 않아요. 아주 당연한 선택이라 코멘트조차 하지 않죠.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정해서 사는 것이니까요."


그는 내 말을 가만히 듣더니 한참 동안 침묵에 잠겼다.


나아가는 사람을 위한 기록

몇 번의 만남이 더 이어졌고, 미국 사모펀드 관행에 대한 짧은 견해를 나누는 것으로 우리의 일정은 끝났다. 지금도 가끔 한국 미디어에서 그의 이름을 마주할 때면 그 자리에 서기까지 그가 견뎌왔을 시간들을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존경스럽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완벽해 보이는 성공한 사람들도 저마다 말하지 못하는 '결핍'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결핍이 사람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현재를 더 치열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 기록이 결핍에 매달려 자책하고 있는 이들에게

빠져나올 작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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