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뒷모습, 그리고 국경 너머의 세계로
세 번째 만남이었다. 그녀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다음 주에 로펌 인터뷰가 있어요."
낮에는 현직 경찰이자 저녁에는 법대생인 그녀는 한국의 유명 법률 사무소 인턴십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관련 인터뷰 준비를 돕기 위해 시작된 우리의 만남은 어느덧 세 번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경찰대를 졸업한 그녀가 경찰이 된 이유는 명확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 업무 중 우연히 참여하게 된 인터폴 국제 수사 경험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복잡하게 얽힌 각국의 법률 체계. 그 거대한 세계를 마주한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고 한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하고 싶다." 그 열망이 그녀를 다시 법대로 이끌었고, 지금 이 긴장감 넘치는 면접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이다.
인터뷰 연습 도중 그녀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걸렸다. "사실 지금 수사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요..... 빨리 옮겨서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나는 잠시 연습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인터뷰에서 전 직장이나 상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은 절대 금지예요."
그녀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뉴욕에서, 그리고 수많은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법칙을 설명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이전 조직의 문제를 탓하는 사람은 새로운 조직에 와서도 똑같은 불평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요. 리스크를 안고 싶은 회사는 없으니까요."
대신 나는 언어를 바꾸는 방법을 제안했다. 현재 직장에서의 경험에 감사하되,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변호사라는 역할을 통해 더 큰 시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성장’의 이야기로 옮겨 담는 것.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공짜 조언은 딱 그 값어치만큼만 한다." 지식이나 기술을 대가 없이 얻으려는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낮에는 수사업무, 퇴근 후 한 시간의 운동 그리고 밤늦게까지 법전을 파고드는 '주경야독'의 삶. 그녀는 이미 자신의 성장을 위해 가장 비싼 대가인 '시간'과 '노력'을 지불하고 있었다.
그녀의 하루를 듣고 있으면 응원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새로운 길을 향해 정직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수진 씨가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노력하는 삶 자체가 이미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녀는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안정적인 경찰이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두려움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할아버지의 헌신을 기억하는 사람,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설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늦은 밤까지 타인의 조언을 경청하는 사람은
결국 목적지에 닿는다는 것을.
이 기록이 그녀와,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이방인’들에게
작은 응원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