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당했다는 소문이 났다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채권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금융이란 큰 도화지 안에 수많은 분야가 있고 업무상 타이틀도 셀 수 없이 많아 내가 흥미를 가지고 배우고 싶은 타이틀을 찾기 위해 지원했던 프로그램이었다.
회사가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봄학기 인턴십으로 재학생을 선발해 미국 국채 관련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5개월 인턴십은 순탄히 마무리됐고 마지막 날 부서 사람들에게 그동안 많이 배웠으며 감사했다고 말하고 '유종의 미' 악수를 하고 헤어졌었다. 학교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인턴십이 끝나 시험 준비에 열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당히 기뻐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전공 관련 수업을 들으러 수강실에 들어갔는데 먼저 온 학생들이 나를 쳐다보며 수근 되기 시작했다. 친구 한 명이 말하길 내가 회사에서 해고당했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것이다.
왜 그런 소문이 났을까?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찬찬히 생각해 봤다.
인턴십 종료 3주 전 복도에서 인턴십 채용 담당자와 마주쳤었고 잠깐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담당자: How is work? (하는 일은 어떠니?)
나: So so. (그저 그래요)
그녀와 사이도 좋았고 매일 보는 사이에 새삼스레 그런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직장상사 겸 인사부 직원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잊고 별생각 없이 '요즘 별일 없다'라는 의도로 말한 '그저 그렇다'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이다. 내 자리로 돌아와 일을 하고 있는데 채용 담당자가 내 직속 상사에게:
"안 되겠어. 그대로 진행하는 게 좋겠어요."
라고 하는 것을 엿듣게 되었다. 내 얘기를 하는지 몰랐었다. 그러니 아무런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했었다.
시작부터 2개월 혹은 3개월 기간이 정해진 인턴십이라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인턴에게 연장근무 또는 정직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찮게 보일 수 있는 한-두 달 인턴십에도 개인이 어떻게 임하느냐 따라 정직원이 되는 길을 만드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회사도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가지 업무를 시켜보며 인턴의 기본적 소양과 지식 레벨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인재라고 생각 들면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그때 당시 회사는 여름학기는 물론 가을학기까지 연장 근무해 줄 인턴들을 확보하는 중이었고, "그저 그렇다"라고 의욕 없이 내뱉는 내 모습에서 아무런 열정과 회사에 대한 관심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마지막 테스트 일종으로 복도에서 나와한 대화를 통해 채용담당자는 결정을 내렸고 매니저에게 '이 친구는 더 일할 의욕이 없어 보이니 다음 학기에 일할 새 인턴을 알아보자'고 했던 것이다. 알고 봤더니 같이 봄학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던 다른 인턴들은 프로그램이 끝나기 한 달 전부터 채용 담당자에게 달려가 다음 학기에도 계속 인턴십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뭘 한 거니???
많은 친구들이 봄학기에 이어 여름학기까지 연장근무 오퍼를 받았고, 사정상 여름학기 인턴을 쓸 수 없는 부서는 가을학기에 돌아와 달라는 오퍼를 받았다고 한다. 후에 다른 인턴십을 하면서는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인사부와 매니저에게 '저 어떻게 일하고 있습니까?'라고 1) 중간점검도 하고, 회사가 마음에 들었을 때 '졸업하고 회사에 돌아와서 정직원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기회를 만들면 될까요?'라고 2) 사전에 애기도 해두고 회사 안에 그 어떤 사람이 (비서, 우편담당 직원, 상사, 동료 등등) "요즘 어때?"라고 물으면 항상 3) 나의 애사심을 알리는 단어로 답했다.
예를 들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오늘 x, y, z를 배웠는데 참 흥미로웠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업무에 적용해보는 기회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요/ 정직원 오퍼를 받고 싶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배울게 많아요. 꼭 동료들 같은 이 회사 직원이 되고 싶어요.
10년이 지났지만 그때 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한 마디 실수로 정직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으니.
지금도 매일 아침 회사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회사 안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고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