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칼퇴근?

사장님이 아직 퇴근을 안 하셨는데...

by Jaden

회사 스폰서로 취업비자(Hi-B Visa)를 받아 3년 정직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일이다. 첫 주는 회사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유출하지 않을 것이며 회사 지원 연금은 고용기간 3년 후부터 시작된다 등등 수많은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지정받은 책상에 앉아 내부 시스템 매뉴얼을 훑어보고 동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큐비클 너머로 지켜보기도 했었다. 창가에 배치된 내 책상에서 탁 트인 허드슨강 전경이 펼쳐졌다.


신입으로 한창 배우던 시절이라 모든 게 뒤숭숭했지만 어디서 읽었던 글 "성공한 리더는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말을 모토로 삼고 회사 종이 절단기(Shredder)가 차면 자진해서 비우는 등 잔 일까지 도맡아 했다. 시간은 칼 같이 지켰으며 주어진 점심시간 30분에서 10분이라도 넘겼으면 다음날 10분 일찍 출근하는 등 의욕이 넘쳤다.

시간을 엄수하는 모습에 매니저와 인사 부원은 Good Work Ethic을 가졌다며 나를 신뢰해 주었다. 인정 받는 것 같아서 내심 기분도 좋았다.


그러길 2-3개월 부서 담당자가 미팅을 하자고 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가벼운 공포가 몰려왔다.

지난 3개월간 내 행동들을 되돌이켜 봤다.



상사는 물었다:


정해진 업무시간이 8AM-4PM시인데 왜 오버타임 하는지 설명해 보겠어?


일이 어려운가????



기존에 알고 있던 한국 직장생활의 관례 - 윗사람이 퇴근하기 전까지 아랫사람이 퇴근하지 않는다 - 대로 행동했던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최고 위치에 있는 사장님이나 상사들이 퇴근할 때까지 5시.. 6시.. 7시.. 7:30분...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리 사장님은 언제 퇴근하실까? 하며 퇴근도 못하고 기다렸었다.



주위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회사 부서 분위기 또는 상사 스타일에 따라 근무환경에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회사는 "정해진 근무시간 안에 업무를 완수한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었다.


연차가 올라가고 책임지는 업무가 늘어나면 야근을 해야 할 일도 생기겠지만 갓 졸업해서 일을 시작한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것은 오버타임까지 하며 업무를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시간 분배로

신속한 업무보고였다.


애널리스트 1년 차에게 주어지는 업무량은 야근을 할 만큼 많지 않다는 것도 회사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직원들은 점심시간도 쓰지 않고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이나 사 온 샌드위치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일을 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점심시간도 반납한 채 우선순위를 정해 "그날 업무는 그날 완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과감하고 추진력 있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후 4시 30분,

미팅을 마치고 옷과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나가는 내게 직속 상사가 한마디 던졌다.



칼 퇴근하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