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회사 물품에 손대는 그대

누군가 보고 있다

by Jaden

회사에 출근한지 1시간도 안돼 당시 취준생이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친구: 나 봉투 좀 가져다줘. 2개면 될 거 같아

나: 웬 봉투?


친구: 학력 증명서 같은 공식 문서 넣을 직사각형 편지 봉투 말이야

나: 봉투가 필요하면 문방구에 가야지?


친구: 회사에 많잖아. 그런 거 한 두개 빼가도 몰라.


물품 보관실로 갔다. 담당자는 자리를 비웠고.. 문은 잠겨 있었다. 4자리 비밀코드를 입력해야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보관실 앞쪽에 바(bar) 같이 오픈된 곳에는 프린터용 종이, 공책, 잉크, 형광펜 등등이 진열돼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봤는데 회사 로고가 찍힌 봉투만 눈에 들어왔다.


나: 미안.. 로고가 찍혀 있는 것뿐이야.



뉴욕 유명 IT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친구 Paul - 새로 산 개인용 컴퓨터에 최신 버전 Microsoft Office를 설치하고 싶었다. 한번 쓰고 말 듯한 CD를 돈 주고 사려니 아깝고. 부서 안쪽에 진열돼 있는 회사용 Microsoft Office CD를 담당자 허락 없이 빌려(?) 갔다. 누가 CD 한 장까지 일일이 확인하겠어? 금방 가져다 놓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해 자리에 앉자마자 상사에게 불려 가 '경고'를 받았다. 그 CD 케이스에는 보안 칩이 보일 듯 안 보일 듯 붙어 있었다.


경고를 받은 후 망가진 자신의 평판 쇄신에 노력을 기울이긴커녕 다시 회사 물품에 손을 됐다. 공 CD 한 장을 가져간 것이다. 몇 십장씩 든 CD 통 안에 하나를 빼 간들 누가 알겠어? 담당자는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책상에 앉기도 전에 해고당했다.


You are fired!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보안 시스템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 오리엔테이션 중 회사 투어를 시켜주던 매니저가 물품 보관실, 회의실은 따로 보안 제외구역이라는 설명을 기억한다. 과연 그럴까?


회사는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


플라스틱 자, 가위, 프린터 종이.. 등 소소한 물품도 회사 비용으로 구입한 회사 소유물: 잘 운영되고 있는 회사라면 소유물 근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회사 물품을 셀프서비스 해가는 직장인들을 목격할 때가 있다. CD 한 장 때문에 회사 내 자신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커리어에 해고라는 빨간딱지를 붙여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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