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책

by UrsusHomo

나는 그가 환자들의 이야기를 몰래 훔치고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 그 이야기들을 대피소 삼아 누군가의 장소와 과거 속에서 잠시 쉬려고 말이다. -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타임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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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에 살았던 집의 서재다. 일을 많이 할 때였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저곳에서 지냈다. 새 집을 지어 오면서 새 서가를 꾸렸다. 새 서가로 오니 오래된 책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묵어 보였다. 책은 '새것'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정작 내가 눈치채지 못한 건 따로 있었다. 책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다. 많은 책들을 참 많이도 쌓았고 끌고 다녔다. 그러나 사람이 육십 년을 넘게 살고 보니 이제야 알게 됐다. 이제는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생각해 보니 저 때가 책과 내가 좋았던 시절의 끝무렵이었던 것 같다. 새 집을 짓고 서가는 더 넓어지고 깨끗해졌지만 책과 나와의 관계는 확실히 예전만은 못했다. 돋보기의 도수가 높아질수록 책은 서서히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그래도, 또, 책을 사고 책을 읽는다. 내가 훔칠 이야기가 아직도 그곳에 있다면 거기에서 잠시 쉴 수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