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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틈달 3시간전

나는 소시오패스와 결혼했다.

9화 - 그를 쫓아서..

  민사소송인 상간소송을 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카톡의 내용만으로는 상간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상간소송에 필요한 증거는 크게 두 가지다.


결혼한 사실을 알고 만났다는 것과 '사랑해', '보고 싶어', '자기야' 같은 내용..

직접적인 애정행각이 있으면 좋지만 증거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휴대폰들은 잠겨져 있고 쉽게 열어서도 열리지도 않는다. 예전 간통죄가 없어지면서 외도나 불륜은 개인적인 상황이 되었고 내 남편 또는 아내가 호텔방에 있어요 해도 절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상간소송의 증거는 오롯이 피해자 인 우리의 몫이 된다. 내 감정 하나 추스리기도 힘든데 그 둘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 마저도 우리가 밝혀내야 한다니...

법은 참으로 가해자 편이다.라는 생각을 자꾸만 갖게 한다.


소시오씨를 쫓아서


1일 차

(생업과 아이 돌봄으로 매일 쫓지는 못합니다)

- 아는 동생 S에게 부탁했다. 내 차는 그가 알고 있고 나 혼자서는 운전을 잘하는 그를 결코 쫓을 수 없음을 알기에 집에 있을 때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소시오씨가 나오면 쫓자고.. 내가 차를 탐과 동시에 쫓아갔지만 앞쪽에 있는 몇 차들과 짧은 신호로 인해 5 분만에 그의 차를 놓쳤다. 허망했다.


2일 차 (일요일)

= "나 3 시쯤 오사장 도와서 업체미팅 좀 하고 올게요~

- "응 알겠어요~"

  (왜 일요일에도 미팅이 잡히는 거냐며.. ㅇㅇ 이랑은 놀아주지 않냐며 이런 말들은 이제 하지 않는다)

S에게 재빨리 서두르라 부탁했고 그날은 S 혼자 쫓았다. 예상보다 빨리 출발한 소시오씨덕에 S는 또다시 그를 놓쳤다. 그 후로 한동안 그의 카톡명을 소길동이라 바꿨다.


3일 차 ( 주중 )

= " 외부 업체 갔다가 들어가는 길이에요~ 오늘 늦을 거 같은데 기다리지 말고 저녁 먹어요~"

S에게 연락했다.  퇴근시간 6시 즈음 그의 차가 회사에 있는지 봐달라고.. 왔는데 차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11 시쯤 온 소시오씨는 아이에게 아빠가 지금까지 너를 위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왔다고 한다. 역시 소시오패스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아이에게 거짓말쯤은 아무렇지 않구나...


4일 차 (주말)

- 소시오씨 차를 쫓는 데 성공했다. 집에서 15분 근처 스포츠센터에 차를 주차한다. 그러더니 걸어 나온다. S에게 따라가라고 하고 나는 차안쪽 몸을 숨긴다. 10 분 후 S가 온다.

="놓쳤어요.. 전화하더니 차 한 대가 나와서 태우고 갔어요."

응..... 뭐라고...? 진짜 드라마나 영화, 라디오 방송에서나 들었을 법한 이야기다.

다행히 S가 하얀 차의 넘버를 기억해 왔다.

차를 옮겨 탄 그를 쫓기엔 이미 늦었다. 송대리 아파트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쪽에 그나마 차가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송대리 아파트로 갔다. 차가 있을 리 없지..

한 시간가량 배회하다가 거기에 두었던 소시오 차라도 찍어둘까 싶어 한 시간 정도 후 다시 스포츠센터를 찾았을 때 소시오씨의 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약 한 시간 반 만에 그의 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물론 그가 집에 온 것은 저녁을 먹고 난 후다... 내가 13년간 알 던 사람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5일 차 (금요일)

- 빨리 퇴근할 수도 있으니 4시부터 가보라 S에게 요청했다.

연락이 온다.

= 왔는데.. 차가 없어요...

-하........ 이 사람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내게 온 카톡은 소시오씨는 여전히 회사이며 열일 중 이셨다.


  배우자의 불륜을 당해본 사람은 믿었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믿음과 신뢰가 깨졌다는 심적 고통은 물론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신체적 고통을 받는 데다가 증거를 찾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등과 같은 물질적 시간적 고통까지 모두 받는다. 그러하기에 이 모든 고통을 두 명이 주었으니 외도자와 상간자들은 고통을 제곱으로 받아야만 한다.


내가 가진 것은 송대리와의 카톡, 송대리의 주소, 하얀 차 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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