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나와 이혼해 줘
소시오를 쫓기 전...
송대리의 존재를 알고 몇 날 며칠을 멍한 상태로 있다가 배신감에 카톡으로 말을 했다.
사랑 하나로 시작한 결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니 서로 놓아주자고 했다.
(사실이다. 그는 학력, 집안, 돈, 뭐 하나 나보다 낫지 않았고 프러포즈로 알반지 하나 받지 않았으며 예물로 세트나 가방, 시계 따위 전혀 없었으며, 부모님이 해주신 집에 가전에 그는 몸만 들어왔다
- 그런 그와 결혼한 이유는 딱 하나다. 남자다웠고 책임감 있을 거라 생각한 거 단지 그거 하나였다)
그는 심히 나를 사랑이나 찾는 이상주의자로 생각했으며 아직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아직은 아닌 거 같다....
그는 그 당시 완전하지 않은 주변 상황을 고려했던 거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소시오는 나의 이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며칠은 다정한 남편처럼 굴었다.
저녁에 좀 일찍 와서 외식을 하자 했고, 운동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같이 테니스를 배우자 했다.
그 당시 수린이 몇 개월 차였는데 (수영을 시작한 초보단계와 어린이의 합성어)
미친 듯 숨차게 신체를 극한으로 몰다 보니 생존을 위한 몸부림처럼 차라리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었다.
예전부터 상황이 힘들어지면 나 자신을 극한생존기처럼 몰아붙이곤 했다.
며칠씩 굶는다던가 미친 듯이 일을 벌인다던가...
이번에도 그랬다. 하루한두잔의 라떼로 생명연장을 하면서 수영은 매일 갔다.
그런 나에게 소시오가 같이 테니스를 배우자 했고 본인이 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애를 쓰고 있다는 걸 쇼맨쉽으로 보여주느라 바빴다.
송대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면 깜박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살짝의 의심을 할 때마다 이런 쇼쇼쇼를 해왔던 소시오 인지 모른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지금 이혼하면 증거를 찾기 더 어렵겠구나...라는 생각
급히 이혼을 철회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무슨 조현병 환자 보듯 감정기복이 심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투다.
응. 그래. 당연하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너는 모르니 아주 당연하지..
그렇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증거를 모아야겠다.
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상황은 바꿀 수 있다.
사람을 핸들링할 수는 없지만 상황은 핸들링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 상황의 전반적인 부분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나는 이제 너를 쫓을 것이다. 소시오...
외도의 증거를 잡기 위해 많은 분들이 포커페이스를 하는 이 시기 정말 많은 고통을 겪는다.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는 표현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래서 유책배우자들과 상간자들이 꼭 벌 받으면 좋겠다. 아주 큰 벌...
자기가 가진 가장 중요한 걸 잃고 살아있는 게 지옥 같은 그런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