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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호 May 16. 2020

학교의 시스템을 믿지 마세요.


 나는 고등학교를 정말 싫어했다. 친구들은 다들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1억을 준다 해도 안 돌아갈 것 같다. 이렇게 학창 시절을 싫어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하지 않는 과목들을 억지로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나도 변태 같은 거 안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는 10번의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다. 그런 저에게도 정말 싫어하는 과목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영어였다. 나는 정말 영어를 병적으로 싫어한다. 수학 공식은 30분이면 다 외우는데, 영어단어는 30개 외우는데 5시간이 걸리곤 했다. 그래서 재시험 알바를 하던 대학생 형과 친하기도 했었지. 대학교의 졸업요건에도 영어성적은 필수였다. 그래서 억지로 공부해서 졸업요건을 겨우 맞추고 학사모를 썼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대부분 직장은 업무 중에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평생 쓸 일도 없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온 걸까?


 현재 개발팀에서 일하는 나에게 다양한 전공과목들은 큰 의미가 없다. 내가 개발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3가지 정도의 과목을 제외하고는 몰라도 업무에 지장이 전혀 없다. 오히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학문들을 새로 공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서 학점을 받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아깝다 느껴진다.


 하지만, 대학생활이 전부 쓸모없지는 않았다.  도서관에서 읽은 심리학 책은 제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다. 강의를 째고 들은 인문학 강연은 제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또,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트였으며, 많은 사람의 앞에서 강연하며 '나눔'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이때 배운 것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고 있다. 만약 내가 동기들이 하는 대로만 했으면 여전히 퇴근만 생각하는 멍청한 직장이었을 것이다.




  교의 시스템이 지금과 같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생각한다. 학생과 교사가 1대 1 매칭이 되어서 모든 학생이 본인에게 맞는 교육이 진행되면 좋겠지. 여기에 더해 그 선생님의 담당 과목이나 성향이 학생과 잘 맞으면 더할 나위 없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선생님을 학생수많큼 채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섬세한 부분까지 케어할 수 없다. 그래서 모두에게 공통으로 필요할 만한 것들을 모아서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각기 다른 학생들에게 동일한 교육을 적용하기에 맞지 않는 과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는 그나마 전공을 필수와 선택으로 나뉘기는 한다만, 꼭 필수과목이라고 도움이 다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어서 쓸모없다는 핑계를 대는 어린 마음이 아니다. 예전에 과외를 할 때 만났던 중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수학을 너무 하기 싫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이런 수식들은 인생 사는데 필요 없잖아요. 근데 왜 배우나요?' 미안하지만, 이과를 진학한다면 그 수학이 당신의 밥을 먹여줍니다. 지금 배우는 미적분을 못 한다면, 대학교 과정은 시작도 못 해요. 졸업 후 직장에 가서도 많은 내용과 논문들에 있는 수식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일을 할 수가 있다. 당장 나의 경우에 작성하는 자료와 논문에 수많은 수식이 빼곡하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할 수 없다면, 당신은 이공계로 오면 안 된다.


 결국 학교란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 2000년대는 컴퓨터가 개인에게 보급되고, IT기술이 세계의 핵심 기술로 발전하고 있는 사회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든 기계 부품들에 전자 칩이 삽입되고 있는 것이 현시대이다. 그런데 우리의 컴퓨터 교육 수준은 어떤가? 20년 전과 지금의 프로그래밍 교육 수준은 별반 차이가 없다. 제조업으로 먹고살아간다는 나라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실력은 유아기에 불과한 것이 학교 교육 시스템의 현실이다.


 하지만, 당신이 배우는 과목들이 모두 필수인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공부를 선택적으로 하길 바란다. 물론 다양한 과목을 공부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과목이 정말 불필요하다 느껴지면, 앞으로도 나에게 쓸모가 있을지 먼저 알아봐라. 그리고 정말 내 진로에 쓸모가 없다면 과감히 버려라. 물론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공부를 해보고 본인이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연히 졸업요건에는 맞춰 어느 정도는 해야겠지만, 그 이상은 투자하지 마라. 그리고 학교의 밖에서 다른 공부를 시작해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은 너무 좋은 선택이다. 좋은 내용의 강연을 참가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보는 것은 당신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학교의 시스템을 절대 맹신하지 마라.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 끊임없이 고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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