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당신은 지금 어릴 때 바라던 어른이 되어 있나요? "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꿈꾸던 미래와 다른 지금을 살고 있는 전 가족의 이야기, 태풍은 지나가고.
영화 속 남편을 먼저 보내고 키키 키린[樹木希林]이 홀로 살고 있는 키요세(清瀬)의 아파트 단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是枝裕和] 감독이 9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실제로 살았던 곳이다. 영화 촬영은 2014년 5월이지만 이 영화의 착상은 2001년이라고 한다. 설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살게 된 어머니를 찾아뵈러 갔을 때 언젠가 이 아파트 단지의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 속의 어머니 기키 키린은 무심코 던지듯 이곳에서 40년을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영화는 바라던 대로의 모습이 되지 못한 어른들과 40년을 넘긴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남겨진 아파트의 모습이 절묘하게 겹쳐지며 옛 기억들을 곱씹는데 은은한 묘사가 꽤 괜찮다.
내가 꿈꾸던 나로 살고 있는지,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원하는 삶인지.. 그 대답이 맞아도 아니어도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너무 멀리 와 버려 돌리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 곳곳에서 무심히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크고 작은 울림이 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영화의 일본 원제는 [바다보다 더 깊이 海よりまだ深く]로 테레사 텡(덩리쥔, 등려군)의 이별의 예감[別れの予感]의 가사 한 구절이다. 영화에서 기키 키린과 아베 히로시가 대화를 나눌 때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도 그 노래를 들으며 주고받는 늙은 어머니와 중년 아들의 무심한 듯한 대화도 가슴에 오랫동안 머문다.
海よりまだ深く
바다보다 더 깊이
空よりまだ青く
하늘보다 더 푸르게
あなたをこれ以上愛するなんて
당신을 이 이상 사랑하는 건
私にはできない。
나에겐 불가능해요.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
이 곡은 1987년에 릴리스된 곡인데 영화 속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기 전 잠시 테레사 텡의 히트곡을 몇 곡 얘기한다. 테레사 텡의 일본에서의 히트곡들은 거의가 [금지된 사랑]에 대한 노래라 가사도 멜로디도 애틋하다.
영화 속 라디오에서 말했던 테레사 텡의 일본 히트곡들, 영화 [첨밀밀] 속 테레사 텡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비교하며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