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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Mar 21. 2021

도쿄 일상

냠냠 일기

글 정리하다 예전 나의 식탁과 글에 멈춰 섰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한 줄 알았는데 사진도 음식도 글도 느낌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 기분이 조금 묘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밋밋한 일상 같은데.. 변화라는 건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훅 느껴지는 건가 보다.  이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이 남아있어 참 좋다. 잊고 지내던 그 시절의 감성이 생생하게 전해져 것도 좋다. 오랜만에 그때의 식탁들을 되뇌며..



#아침

지부리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놓고는

살짝 경쾌하게

늘 변함없는 아침 메뉴지만

좀 더 여유로운 느낌으로

그렇게 토요일을 시작

#썬데이모닝

나를 위한 일요일 아침상은

큼직한 그레이프 후르츠를 반으로 잘라

손으로 천천히 짠 플래시 주스 한 잔,

어제 먹다 남은 반 쪽 남은 호두 빵과

버터를 엷게 발라 약불에 구운 식빵 한쪽,

마트에서 데려온 믹스 야채 한 움큼,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힌 스크램블 에그,

곱게 썬 키위와 사쿠람보는 데미 잔에,

그리고

모닝티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김밥

요 며칠 머릿속에서

김밥, 김밥, 김밥이 끝없이 맴돌더니

오늘은 드디어 김밥 만들기를.

하늘도 흐리고, 바람도 차가운 날

집에서 김밥을 돌돌 말고 있으니 식욕이 급상승.

곱게 자른 김밥을 예쁜 접시에 나란히 담아

따뜻한 된장국과 함께 먹으려 했는데,..

돌돌 말면서 하나씩 자르면서 하나씩

못난 것부터 하나씩 집어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

접시에 담아낼 필요가 없어졌네.



#길거리토스트

추위가 조금 빗겨 나고

밝은 햇살이 가득한 화요일 아침,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양배추를 보고는

토스트를 만들기로.

양배추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쓱쓱 만들어지는

옛날 토스트,  

언제나 그리운 그 맛으로 오늘 하루도 힘차게.



#오늘의손님

조금씩 조금씩  반찬들을 곁들여

큼직한 사각 접시에 나란히 담아내었다.

포인트로 꽃 버섯을 올렸는데

꽃 모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냥 검은색 동그라미 하나만 남았네.

오늘의 손님은 누구?

오늘의 손님도 나 ♡



#딸기

밥상 끝자락에 딸기 3개를 올리는

나의 마음을 알까?

뭐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마음은 아니다.

이유 하나는 후식으로 먹기 위해.

이유 둘은 오늘의 테이블에 빨간색이 없어서.

나는 심플한 것을 좋아하지만

곱게 차려낸 음식에는 되도록이면

다섯 가지 색이 고루 들어가길 바란다.

흰색/노란색/녹색/갈색/검정

음식의 색깔을 요렇게 고루 맞추다 보면

신기할 정도로 영양의 밸런스도 맞춰진다는..



#스다치우동

삶은 우동면을 차가운 얼음물에 씻어서

면발을 탱탱하게 쫄깃하게,

폰즈「ポン酢]에 스다치[すだち영귤]즙을 듬뿍 짜서

상큼 새콤을 더해서 우동 한 그릇



#야끼소바

저 멀리 들려오는 태풍 소식으로 도쿄는

종일 비가 내린다.

마음 반은 밖으로 나가고 싶고

마음 반은 집에서 그냥 쉬고 싶고

이런 날은 살짝 고만하는 사이에

두 번째 마음이 결국 승리하게 된다.

비 내리는 토요일

양배추를 듬뿍 넣어 만든

야끼소바[焼きそば]를 먹으며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고 집에서 뒹굴뒹굴



#복숭아

다음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

내 사랑 복숭아 한 접시 소소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무스케이크

침대와 내 몸을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오늘은 종일 침대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이불 밖으로 나와 커피를 내리고

어제 만든 무스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 커피 타임을...



#베이글샌드

밖으로 한 발작도 나가고 싶지 않은 그런 일요일.

선물 받은 커피를 정성껏 내려

오늘 아침은 베이글 세트로.

누군가 [요것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라고 물으면

[요거 먹고, 금세 점심 먹을 거예요]라고 대답하련다.

서울은 비가 내린다는데 여기는 흐릿한 하늘.

난 비 내리는 날이 좋은데

도쿄도 살짝 비 소식이 있으면 좋겠다.



#토스트

햇살이 살짝 드리운 시간,

모처럼 버터를 살짝 발라 토스트를 구웠다.

애프리콧 잼을 발라서 방금 내린

향긋한 커피와 곁들여 간단하게 세트로.

저 번에 들여온 올리브 빛 플레이트와

커피잔이 있어 기분을 한 층 더 업 시켜주는 것 같다.

북유럽 키친 이야기가 듬뿍 담긴 책을

한 권 꺼내 와서는 여유롭게... 

#사약커피

부지런을 좀 떨어볼까 했는데

몸과 마음이 엇박자로 움직이는 아침이다.

그래도 노릇노릇하게 식빵을 굽고

아삭아삭한 샐러드를 준비하고

느긋하게 맛있게 달걀 프라이도 완성했다.

모처럼 만에 특제 사약 커피도 내려서,

여기서 사약 커피라 하는 것은

도자기 그릇에 담은 커피를 가리키는 말로

한 모금 들이켤 때마다 사약 느낌이 나서

이름 지은 우리 집에서 즐겨 사용하는

극히 개인 취향적인 말이다.

암튼, 그렇게 달달하게 굿모닝



#수제초콜릿

4pc, 6cp, 8pc 상자에 차곡차곡

수제 초콜릿을 담아서 포장을 완료했다.

친구에게.. 지인에게..

역시 선물은 받는 것보다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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