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부산 경치,

4월25일

by 우사기

#115

부산 여행에서 가장 신났던 건

급커브가 있는 산복도로를 달리며

산 아래의 빼곡한 집들과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부산의 경치를 만끽할 때였다.

급커브에서는 속도를 내지 않아도

스릴감이 넘치는데,

한 번도 가 본 적도 없지만

마치 이탈리아의 어느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자그마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랄까...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기분은 더 올라갔고

우리는 차가 살짝 기울어질 듯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했다.

건물 사이에 계단이 나타날 때마다

계단 너머로 멀리 바다가 스쳐 지나갔다.

차를 잠시 세워두고

계단을 한 번 오르락내리락하고 싶은

충동이 거세게 이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렇게 산복 도로를 한 바퀴 돈 후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동생이 사진을 올려 주었었다.

뷰가 아주 멋진 곳이라고 했지만,

부산의 좋다는 뷰야

안 봐도 다 안다고 생각한 우리는

"오오" "대박"이라는 건성의 대답만 던지고

동생이 걸어 준 링크에

클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숙소의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그제서야 알았다.

우리가 예상했던 그런 뷰가 아니라는 것을.

오션 뷰도 시티 뷰도 모조리 있는

아니 이건 부두 한가운데 있는

부산 전체가 다 내려다보이는 뷰였다.

깊이가 다른 최고의 뷰였다.

협성 마리나 G7이라고 했다.

우리가 머문 곳은 39층이었는데

3 베드룸에 베드룸은 각기 뷰가 달랐다.

말 그대로 파노라마 뷰였다.

그제서야 우리는 우리의 건성 대답을 반성했다.

에어비엔비에서 예약을 했다 했는데

평일이라 가성비도 좋았다고 했고,

모두의 만족을 넘어선 표정에

예약을 한 동생의 어깨가 살포시 올라갔다.

컨테이너가 있는 부두도 공사 현장도

위에서 내려다보니 장난처럼 신기하기만 했다.

만약 어린 남자아이가 있었다면

하루 내내 창가에 붙어 앉아

"엄마 저건 뭐야" 하고 종일 물어볼 것 같았다.

기차며 배며 자동차며 타는 것이란 타는 것은

모조리 모아 놓았으니

이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경도 없을 듯했다.

밤이 깊어가니 부산역 너머로

줄을 지은 고층 아파트마저도 예뻐 보였다.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뷰를 골라

잠자리부터 정했다.

이 건물은 산복도로에서 내려다보면

바다를 떡하니 가리고 있는데

이전에 동생이 여행을 왔을 때

참 이기적인 건물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밖에서 보면 이기적이기 짝이 없던 건물이

안에 들어오니 이토록 멋진 뷰가 펼쳐지다니...

밖에서 볼 때와 안에 있을 때

180도로 달라지는 간사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시고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를 하고

창가에 앉아 멍 때리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밤을 즐겼다.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엄마와 동생은 복어국을 먹으러 나가고 없었다.

구름이 걷힌 창밖 너머 바다는

잠이 덜 깨어 그런지

에메랄드빛으로 보였고 아득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부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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