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나들이,
#116
종로에서 선배 언니를 만나
익선동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면서도
우리가 한국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란 게 새삼 놀라웠다.
처음 가 본 익선동은
골목골목이 너무 아기자기했고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숍이나 카페도 아주 예뻤다.
기와지붕도 손때가 묻은 나무 기둥도 아늑해서
어디를 들어가 볼까 하고
기웃기웃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올라갔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났더니
어느새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카페도 금세 빈자리가 사라졌다.
조금 여유로운 카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아 아쉽지만
익선동 나들이는 맛만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도 사월의 햇살과 바람도 좋아
종묘 담벼락을 따라 걷는 것도 괜찮았다.
우리는 카페 대신
나무 그늘이 진 벤치에 나란히 앉아
언제나처럼 일상의 수다에 빠져들었다.
나는 언니의 한국 생활을 들으며
잠시 종로에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들면 같은 동네에 살자는 언니의 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도 같아
기분이 살짝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