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 부산,
#114
하루에 세 끼 이상 먹을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울 때는 여행을 할 때다.
특히 그리운 맛이 가득한 곳으로의 여행은
그 아쉬움이 몇 배로 더 부풀어진다.
부산을 가면 먹고 싶은 것들이 가득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너무 욕심내지 않고
따 세 끼 식사만 하기로 했다.
우리의 먹는 일정은 이랬다.
도착하지 마자 점심은 양념갈비,
저녁은 숙소에서 아나고 회,
다음날 아침은 순두부찌개.
부산숯불갈비,
그렇게 먹고 싶다 노래를 부르던
소박한 맛의 양념갈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침은 점심을 맛있게 먹기 위해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채웠더니
점심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들어갔다.
추억의 맛들은
그곳이 찐 맛집이건 아니건 별 상관이 없다.
예전에 먹었던 기억을 곱씹는 것만으로도
그 맛은 거침없이 상승하니까.
말 그대로 우리는 배가 터질 만큼 먹었다.
한동안 갈비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것처럼.
그리고 갈빗집을 나와서 살짝 후회했다.
부침개와 오징어무침
먹을 배를 조금 비워둘 걸 그랬다고.
막상 남포동 골목의 포장마차를 보니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도저히 먹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아, 여기에 종각집이 있었다.
이곳의 우동도 참 좋아했었는데...
그 옆의 남포 수제비도.
아쉽지만 길거리 포장마차와 함께
다음 여행의 맛집으로 묻어두는 수밖에.
그래도 씨앗 호떡만은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아
욕심을 내었다.
이 거리에서 호떡을 사 먹은 흐릿한 기억은 있지만
씨앗 호떡은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인 것 같아
신났다.
우리의 저녁은 아나고 회,
초장을 한 병 더 받아왔어야 했다 아쉬워하면서도
어떻게 어떻게 딱 맞춰서 깔끔히 비웠다.
이건 다음 번 부산 여행에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처음으로
뼈 없는 것이 취향인 것도 알게 되었다.
돌고래 순두부,
역시 늦은 아침이 제격이었다.
늘 부산 여행을 할 때는
여러 식당을 돌다 아쉬운 마음에 들르면
그리워하던 그 맛이 아닌 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그건 배가 고프지 않아서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늦은 아침으로 먹는 순두부는
그 옛날 그 맛 그대로였다.
아무리 건강식이 좋다 해도
가끔 불량식품이 당기는 것처럼
돌고래 순두부가 그런 느낌이다.
여긴 맛도 맛이지만 것보다
각자의 추억이 있어 더 재미난 곳이다.
우리는 서로 몇 살 때 이곳을 처음 왔으며
처음 왔을 때 순두부의 가격은 얼마였다는 걸
무슨 자랑이라도 하듯 읊어댔다.
여긴 자리에 앉아
"순두부 2개요"라고 말하는 순간
바로 음식이 나오는 것도
그때는 참 신기했었는데...
부산의 맛들이 그렇다.
옛 기억과 추억이 섞여 있어
먹고 나면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마음도 가득 채워진다.
실은 그래서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