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라면,
#113
한강에 라면 끓이는 기계가 있다는 이야기는
내게 아주 신선했다.
꼭 해보고 싶다는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나를 데리고 한강으로 향했다.
이런 기계가 있다니
이건 나도 나지만 일본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신선할 것 같아 이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더 뛰었다.
난 그녀가 만드는 걸 어린아이처럼 지켜만 봤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왜 그리 신이 나던지...
라면이 다 끓여지자
그녀는 떡볶이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사실 한 명은 라면, 한 명은 떡볶이를
동시에 조리했어야 하는데
때마침 일본에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아쉽지만 조리 타이밍을 살짝 놓쳤다.
반쯤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라면이 얼마나 맛있던지.
종이컵에 담아 먹어서 그런지
강바람에 기분이 올라가 그런지
한층 더 맛있게 느껴졌다.
처음 먹어보는 비엔나 떡볶이도 괜찮았다.
한강에서 먹는 라면,
너무 좋다고 감탄을 연발하자
한강은 바람 부는 오후도 좋지만
밤도 운치 있고 아주 매력적이라고 했다.
한강 라이프,
살짝 맛만 본 것일 텐데도
그날의 라면과 산책과 풍경이 잊히질 않는다.
언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사람과
의자를 나란히 두고 앉아
한강 너머로 떨어지는 해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