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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Sep 08. 2023

일상 냠냠,

일상 기록,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로 수프를 만들었다.

거기에 호두와 아몬드를 더해

엄마의 오후 간식을.


(아, 잠깐 샛길)

오늘 엄마 샤워를 시켜드리고

나오려고 보니 욕실 문이 잠겨버렸다.

순간 얼마나 황당하던지...

물론 집에는 엄마와 나뿐이고

문은 밖에서 잠기는 문이고

왜 잠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상벨도 안되고

물론 핸드폰도 없고

비상식량이 있을 리도 없고

심지어 엄마 옷도 밖에 있었다.

그래도 침착했다.

어차피 갇혔다면 어쩔 수 없고

일단 물이 있으니 괜찮다는 것과

타월과 따뜻한 물도 있으니

춥지는 않을 테고

문틈에 코를 갖다 대니

신선한 공기도 들어오는 듯했다.

그래,

동생 퇴근 시간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싶었다.

예전에 일본 뉴스에서 봤던

화장실에 갇혀 며칠 만에 구출된

어느 할머니의 얘기도 떠올랐다.

엄마가 이 건 꿈인가 현실인가 하며

불안해하셨다.

일단 나는 하루 욕실에 갇혀도

죽진 않는다고 안심시켜 드렸지만

저녁까지 욕실에 있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엄마를 진정시킨 후에는

욕실 구석구석을 뒤졌다.

혹여 문틈에 넣어 볼

얇고 뾰족한 무언가가 있을까 하고.

먼저 헤어핀이 눈에 들어왔다.

무조건 들고 문틈으로 넣어보았지만

굳게 잠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다른 걸 찾아보아보기로 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문틈에 들어갈만한 사이즈의

가느다랗고 긴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타월걸이 구석에 걸린

S자 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새것과 오랜 된 것 두 종류 있었는데

오래된 것 사이즈가 문틈에 들어갈 것 같았다.

재빨리 고리를 들고 와 문틈에 넣었다.

그랬더니 S자 고리가 갈고리처럼

잠겨진 문을 긁어내듯 하더니

문이 열리는 거다.

엄마와 나는 눈을 마주치며

행복의 함성을 질렀다.

타월만 감싸고 있던 엄마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박수를 치자

타월이 흘러내렸고

우리는 그 장면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욕실에 갇힌지 10여 분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간식을 드시던 엄마가 피식 웃으셨다.

욕실에 갇혔던 해프닝이 다시 떠오른 듯.

#무화과잼

요즘 푹 빠져 있는 무화과잼.

어떤 날은 식빵에 어떤 날은 바게트에

동네에 맘에 드는 빵집이 있어 행복하다.

집에 맛있는 무화과잼이 있어 더 행복하다.

#갈치조림

냉동실에 있던 마지막 갈치로

아침 식사 후 조림을 만들어 두었더니

점심때가 되자 맛이 깊게 베였다.

오늘 점심은 푸짐한 갈치조림으로

물론 밥은 뚝딱 두 공기.

#된장찌개

3개월 한국에 있는 동안

제일 많이 만든 요리는 된장찌개.

그동안 엄마에게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요리도 된장찌개.

#가지

토마토소스에 가지를 더한 파스타가 좋다.

시간 날 때 소스를 두둑이 만들어 두었다

입맛이 없는 날

구운 가지를 더해 파스타를 만든다.

토마토소스에 감싸여

올리브유를 듬뿍 먹은 가지가

입속에서 퍼지면

기분도 함께 올라간다.

#밤맥주테이블

동생의 밤 맥주 테이블을

나는 낮 커피 테이블로 종종 즐긴다.

절대 버릴 수 없다던

동생의 낡은 CD 플레이어 덕분에

꽁꽁 싸매두었던 나의 오래된 CD도

가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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