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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여행,

여행 기록,

by 우사기

가평 아난티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의 콧바람과 나의 휴식과

동생의 여름휴가가 뒤섞인

셋이 떠나는 짧은 여행이었다.

이제 막 물이 들기 시작한 가을색이

선선히 옷깃을 여미는 바람이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는 그런 여행이었다.

큼직한 거실을 사이에 두고

퀸 베드와 트윈 베드 룸,

거기에 확 트인 그린그린까지.

셋이 머물기엔 조금 넘치는 듯한 숙소가

여행 기분을 끝없이 올려 주었다.

퀸 베드 룸은 엄마가 독차지했다.

침대 속으로 폭 들어가기만 하면

단숨에 잠이 들어버리는 엄마.

트윈 베드 룸은 동생과 나,

룸에 딸린 커다란 두 개의 욕실은

엄마가 자는 사이

동생과 내가 각각 반신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다.

마음은 반신욕을 마친 후

밤이 깊어질 때까지

좀 더 여행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결국 욕실에서 나와 침대 속으로 들어간 나는

그대로 꿈나라로 가버렸다.

아,

그래도 해물 떡볶이 야식은 잊지 않았다.

얼마나 노곤하게 깊은 잠에 빠졌는지

눈 깜짝할 사이 하룻밤이

고스란히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아침 눈을 뜬 나는

안개가 자욱이 깔린 발코니로 나와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몸을 쉬었다.

얼마 만의 휴식인지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아침을 차리지 않는 아침이라는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행의 아침은 조식 뷔페.

오픈 시간에 딱 맞춘 우리지만

오늘의 두 번째 손님으로 레스토랑에 입장했다.

그래도 기분은 첫 번째.

동생이 그동안 아침을 차리느라 수고했다며

엄마의 식사는 자신이 챙기겠다며

부지런히 음식 나르기를 해주었다.

음식을 가져다 두고 조금 먹으려면

엄마의 주문이 이어져

다시 일어서는 동생을 보니

왜 이리 웃음이 나던지.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아침의 자욱한 안개가 어느덧 걷히고

저 멀리 푸른 산과 하얀 구름이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엄마는 햇살이 내려앉은 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이렇게 다시 걸을 수 있을 줄 몰랐다며

살짝 목이 메어하셨다.

그 말에 순간 마음이 찡했지만

나는 못 들은 것처럼

날씨 이야기로 금세 말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세 명이서 나란히 발을 맞춰

잔잔한 산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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