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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Oct 23. 2023

다카마츠 사누키우동1,

일본 소도시 여행,

우동켄에 3박 4일 머무는 동안

우동가게 9 곳을 들렀고,

딱 9 그릇의 우동을 먹었다.


참, 우동켄은 사누키우동의 본고장

카가와켄[香川県]의 애칭이다.

인천공항에서 다카마츠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반가량 걸리며,

다카마츠 공항에서 중심부까지는

리무진버스로 1시간가량 걸린다.

리무진버스를 타는 방법은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간단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바로 티켓 자판기가 보이고

거기엔 한국말이 능숙한 안내원이 있어

호텔 이름만 말해도 티켓 끊는 법을

바로 알려준다.

리무진버스의 배차 간격도

비행기 도착 시간에 맞춰진 것 같아 보였다.

(아마 안내원도 그런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는

바로 호텔 근처의 우동집을 찾았다.

다카마츠 역 근처에서는

가장 맛있는 우동집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꽤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여긴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

우동집 스타일도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어

사전 지식이 있음 조금 도움이 된다.

이곳의 우동집들은 크게

셀프, 면제소, 식당 스타일로 나뉜다.


셀프 스타일은 원하는 우동을 주문한 뒤

우동면이 담긴 그릇을 받아

채어 면을 담가 따뜻한 물에 헹궈낸 뒤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다음은 뎀푸라나 사이드 메뉴를

접시에 골라 담은 뒤 계산을 하면 된다.

파, 생강, 튀김가루 등의 양념

그리고 우동 국물을 담는 것도

물론 셀프다.


그렇지만

주문하는 우동 메뉴에 따라

완성되어 나오기도 하며

가게에 따라

조금씩 스타일이 다르기도 해서

사실 이론보다는 실제 가게에 들어가

눈치껏(?) 해야 하는 데

사실 이게 또 은근 재밌다.


면제소는 셀프 스타일보다

더 셀프 스타일로

면을 제조하는 주방이 널찍하고

거기의 가게가 덤으로 있는 느낌이다.


마지막, 식당 스타일은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으면

주문한 우동이 나오는

전형적인 식당 스타일이다.

메리켄야[めりけんや]도

셀프 스타일이지만

도쿄의 우동집과 큰 차이 없는

편안하고 일반직인 느낌의 가게였다.

아침을 거르고 기내식 없이

도착해서 처음 먹는 우동이라 그런지

사실 맛을 느낄 새도 없이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나의 첫 우동은 니쿠우동에 치쿠와 뎀푸라.

도쿄에서 먹던 사누키우동과

면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꼈지만

역시 국물은 달랐다.

본격적인 우동 투어는 다음 날.

우동 투어에는 렌터카가 최고지만

아쉬운 대로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4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달리는 우동 투어다.

(실은 택시 머리에 우동 그릇이 달려있는

귀여운 우동 택시를 타고 싶었지만)

4시간 동안의 일정은

우동집 4곳을 돌고 산책을 겸해

관광지 한곳을 둘러보는 코스로 했다.

안내를 맡은 기사는 여자분이셨는데

연속으로 우동 4 그릇을

진짜 먹을 수 있겠냐며 몇 번이고 물으셨다.

나는 사실 반 씩 남기더라도

여러 가게를 둘러보며

우동 맛을 보고픈 욕심이 컸다.

(마음은 3박 4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동 가게만 돌고 싶을 정도로)

처음 방문한 곳은

마츠시타 테우치우동[松下手打ちうどん]

주말이면 긴 줄이 이어지는 맛집인데

평일 아침 시간이라 한가한 편이라 했다.

주방과 홀의 애매한 경계가

정겨움을 더해주는 가게였고

메뉴는 아주 심플했다.


면을 세는 단위를 타마(玉)라고 한다.

[히토타마( 1玉),후타타마(2玉),미타마(3玉)...]

히토타마( 1玉)는 보통 일 인분의 양이며

면을 동그랗게 만 한 주먹 정도의 크기로

가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용량은 대략 200g 전후라고 보면 된다.


이곳의 우동 가격은

히토타마 ( 1玉)250 엔

후타타마 (2玉) 370 엔

미타마 (3玉) 500 엔

뎀푸라 120엔


우동켄에서는 우동 한 그릇에

300~500엔 정도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가격표를 눈 앞에 두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게는 소담스러웠다.

양쪽 벽에는 벽을 따라

4명이 앉을 수 있는

기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가운데에 두서너 명 정도가

서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에는 시치미, 깨, 간장 등

자그마한 조미료통이 가지런히 놓여있는데

그 풍경이 은근 포근하게 느껴졌다.

첫 번째 우동은 심플하게

가케우동으로 했다.

물론 히토타마( 1玉).


이곳도 셀프 스타일이다.

우동 주문 후 주인아주머니께

면이 담긴 그릇을 받는다.

그다음 과정부터는 완전한 셀프다.

따뜻한 물에 우동면을 담가

채에 걸러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다시 그릇에 옮기고

원하는 만큼의 우동국물을 따른다.

마지막으로 튀김가루와 파를 올린다.

(차가운 우동일 때는 생강 즙도 함께)


마츠시타의 우동면은 다른 곳보다

탱글 쫄깃한 느낌은 덜했지만

우동국물은 맛이 아주 깊었다.

사누키우동은 도쿄에서도

맛볼 기회가 많지만

우동국물의 깊이는 비교 불과다.

다 먹은 후 빈 그릇을 담는 통과

남은 음식물을 담는 통이

테이블 바로 뒤편

그러니까 가게 가운데 쪽에 있다.

다른 손님들이 하는 걸 보고

우리도 그릇을 조용히 가져다 놓았다.


마츠시타는 얼핏 보면 주방 한 편에

손님용 테이블이 덤으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이곳을 우연히 길 가다 발견했다면

선뜻 안으로 들어서기 힘들었을 지도.

가게로 들어갈 땐 보이지 않던

안내문이 나올 땐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메뉴에는 라멘과 소바도 있었다.

주문방법과 이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는데

미리 보고 들어가면 더 좋았을 뻔했다.

(셀프서비스라고 간판에도 쓰여있었다)

보통날의 아침이라면

우동 한 그릇이면 충분했겠지만,

오늘은 우동 투어 중!

아직 3 그릇 더 먹어야 한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두 번째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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