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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Nov 06. 2023

나오시마[直島]에서,

일본 소도시 여행

다카마츠에서 떠나는 작은 여행,

아트의 섬 나오시마.

나오시마라고 써진

빨간 땡땡이 페리를 처음 봤을 때

왜 그리 설레던지.

나오시마를 완전히 만끽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다카마츠를 와서

나오시마에 발 도장을 찍지 않고

돌아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페리를 타고 섬으로 떠나는 여행,

커다란 창밖으로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은 끝없이 올라간다.

좁다란 거리에 즐비한 자그마한 집들 사이로

오른쪽 왼쪽 커브를 틀며 달리는

빨간 호박 버스.

카와이~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달리는 모습은 볼 수는 없었지만

노란 호박 버스도 발견했다.

빨간 호박이 있는데

노란 호박이 없을 리가.

그리고

셔틀버스 창밖으로 미리 만나는

쿠사마 야오이의 노란 호박,

처음으로 노란 호박이 욕심나는 순간이다.

알고는 있지만,

하루 만에 다 둘러보기엔

나오시마는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짧은 일정의 아쉬움은

나오시마에 도착한 이후부터

점점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마음은 이미 지추 미술관행이지만,

이번엔 베네세하우스뮤지엄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뮤지엄 카페 창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소한 행운은 있었다.

정갈한 런치 세트 보다

마음을 녹여주던 풍경이

더 오래 남는 카페 시간.

나오시마의 절경과 어우러진 작품들은

가는 곳곳마다 발을 머물게 하고.

뮤지엄을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조용히 각자가 되어

홀로 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나는 작품과 작품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오키나와를 떠올렸다.

여행이 불러오는 또 다른 여행의 기억,

사람을 그립게도 하고

지난날을 그립게도 하고.

잔잔한 바다를 따라 걷는

느린 산책도 있었다.

노란 호박을 기다리는 사람들,

나도 그 줄에 기꺼이 참여했지만

한 발 떨어져 바라보던 풍경이 더 정겨웠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청량한 바람 소리와 잔잔한 바다.

미술관을 다 둘러볼 수 없었던 것만큼이나

바다를 더 만끽할 수 없던 시간도 아쉬웠다

베네세 에리어만큼이나

좋았던 작은 마을을 누비는 시간.

일상이 묻어나는

또 다른 섬마을 감성.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이에 프로젝트도

나오시마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마주 오는 차가 스쳐지나기도 힘든 좁다란 거리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커다란 외국들의 모습이

묘하게 어우러져 웃음 짓게 했다.

해지는 나오시마를 보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미련 가득한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페리에 몸을 실었다.

아쉬워서 더 사랑스러운 나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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