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나오시마에서는 분명 우동계획이 없었다.
그렇지만,
우동이라고 써진 팔랑거리는 노렌을 발견하고는
바로 마음이 달라졌다.
배고픔이 아닌
가벼운 느낌으로 즐기고 싶을 땐
자루우동이 좋더라.
면의 탱글거림과 쫄깃함을
심플하게 만끽할 수 있는.
나오시마에서 만난 우동 가게는
꼭 들려야 하는 맛집은 아니지만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소한 풍경이 정겨운 곳이었다.
우동 가게와 함께
민박집도 운영하는 듯 했는데
섬에서의 민박은 어떨까
살짝 궁금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눈을 뜨자마자 우동집으로 향했다.
[테우치쥬단 우동바카이치다이]는
아침 6시부터 영업을 하기에
모닝 우동을 찾는 손님이 많다.
늘 긴 줄이 이어지는 맛집이지만
그래도 적당히 한가한 시간은 있다.
(아침 7시부터 8시 사이)
내가 도착한 7시부터
긴 줄은 사라지고.
모닝 우동은 가마버터우동으로.
버터와 후추
그리고 달걀과 간장이
조화롭게 맛을 이룬 우동이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평판이 좋은 만큼
가게 손님들의 반 이상이
가마버터우동을 먹고 있었다.
물론 맛도 좋다.
하지만,
모닝우동으로는
따뜻한 가케우동에 오니기리 세트가
더 어울렸을지 모르겠다.
먹는 내내 가케우동으로
한 그릇 더 먹을까 말까를 고민했으니.
한 쪽 벽면에 쪼르륵 걸린
많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이곳의 인기를 말해주지만,
개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아직 소문이 나지 않은
숨겨진 우동집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다.
여덟 번째 우동집은
호텔 체크인을 마친 후
조금 이른 런치 타임에 맞췄다.
사카에다[さか枝]
이곳도 셀프 스타일.
모닝 우동으로 가물거리던
가케우동이 결국 런치 우동이 되었다.
튀김가루, 파, 생강 등 양념이 놓인
중앙의 커다란 테이블에
우동 그릇을 올려놓고는
파와 튀김가루를 양껏 올렸다.
뎀뿌라는 치쿠와와 에비로 골랐다.
역시 애써 멋을 내지 않은
기본에 충실한 우동이 제일 좋다.
그리고 우동에는 뎀뿌라.
기분 좋게 우동 한 그릇을 비우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택시를 타고 가게 입구에서 내리는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지금껏 다닌 우동 가게 중
두 번째로 맛이 좋은 곳이다.
택시를 타고 이 가게만을 목적으로
와도 될 만큼.
우동을 먹은 후에는
리츠린코엔[栗林公園]에 잠시 들렀다.
다카마츠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만큼
오후의 짧은 산책은 꽤나 아쉬웠다.
언젠가 다카마츠를 다시 온다면
그때는 꼭 이른 아침 산책을.
돌아오는 길에 만난 리츠린공원북쪽출구역,
출구도 입구도 하나
배차 시간은 한 시간에 1,2번인
유니크한 역이다.
몸을 양껏 기울이고
급커브를 돌며 달리는 전철에
나도 모르게 함성이 흘러나왔다.
우연히 만나는 풍경이 주는
소소한 행복.
마지막 우동은 다카마츠 공항이다.
우동켄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워
마지막 한 끼도 우동으로 정했다.
(목적에 충실한 여행)
공항도 셀프 스타일.
마지막은 심플하게 자루우동으로 했다.
공항의 우동가게는 지역감이 느껴지지 않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우동 가게였지만
그래도 탱글탱글한 면발만큼은
우동켄의 우동이었다.
그리고
우동켄을 떠나며
나는 다시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우동 스타일은 가케와 자루
그리고 살짝 별미라면 붓카게 정도.
결국 나는 심플한 우동이 좋다.
이번 주말엔 한동안 묵혀둔
우동켄의 오미야게 우동을 꺼내봐야겠다.
요건 가케로 먹을까 자루로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