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상
겨울이면 더욱 빛나는
츠타야 롯폰기힐즈점
롯폰기힐즈까지 걷는 날은 츠타야 서점이 목적지다. 아침 서점의 한가로움이 좋다 하면서도 요즘은 산책 겸이라 그런지 자꾸만 밤 서점에 오게 된다. 오늘은 조금 늦게 잘 각오로 스타바에서 밤커피를 마셨다. 어느새 스타벅스의 직원 유니폼도 컵도 모두 크리스마스 모드로 바뀌었다. 커피를 주문할 때 집에서도 커피를 잘 마시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크리스마스 블랜드라며 샘플 커피를 선물로 주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와서 보니 자그마한 포장이 참 예쁘다. 오늘은 일할 때 즐기는 카운터 자리 대신 구석의 자그마한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여긴 의지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의외로 조용한 게 집중은 더 잘 되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는 오랜만에 잡지를 한 권 샀다. 새로 산 잡지와 크리스마스 블랜드로 내일 아침은 조금 느리게 시작해야겠다.
산책과 함께하는
츠타야 다이칸야마점
모닝 츠타야를 외치며 다이칸야마로 향하다 샛길로 빠져버렸다. (샛길이라 해도 에비스와 다이칸야마의 어디쯤이지만)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담벼락을 삐져나온 화사한 장미 넝쿨에 매료되어 산책길에 만난 그 집 앞을 얼마 동안이나 서성거렸는지 모르겠다. 츠타야로 향하는 길이 너무 푸릇푸릇해서 발걸음도 덩달아 느릿느릿 해졌다. 비 내리는 날의 아침만큼이나 좋은 햇살 쨍 활기찬 오후다.
여행자의 눈높이로
츠타야 긴자 식스점
츠타야 서점은 각 지점마다 특징이 조금씩 다른데 긴자 식스의 츠타야는 외국 손님이 많아서 그렇지 일본 문화와 예술 서적의 종류도 다양하고 한눈에 들어오도록 큐레이션도 아주 잘 되어있다. 안쪽 코너에는 미술 전문 서적들이 많고 간간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긴 시간을 두고 책을 둘러보기 아주 좋다.
새로운 스타일로
츠타야 마루노우치점
츠타야 서점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부야와 다이칸야마를 이어 마루노우치에도 셰어라운지가 등장했다. 시부야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느낌도 다이칸야마의 잔잔한 동네 기분도 좋지만, 도쿄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루노우치점은 도쿄만의 도쿄스러운 특별함이 있다.
도쿄역이 내려다보이는 츠타야 셰어라운지에서 쉬어가며 일을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이상하게 마루노우치가 좋더라. 예전 신마루빌딩이 오픈했을 때 푹 빠져 자주 들렀었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해진다. 도쿄역 복원 공사를 아주 오랫동안 했었다. 그때만 해도 언제 완성될지 도무지 기약 없어 보였는데... 참 세월 빠르다. 그 시절 함께 런치를 하며 도쿄의 오후를 누볐던 이들의 안부도 문뜩 궁금해진다.
돌아오는 길에는 2층 투어 버스를 만났다. 언젠가 한 번 타보자 해놓고선 까맣게 잊고 있던.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신나 보여 바람만 강하게 불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2층으로 올라탈 뻔했다.
무인양품에서 만나는 서점 코너
무지 북스
한동안 긴 줄이 이어졌던 무지 긴자가 이제야 평온을 찾은 듯하다. 오늘은 생활용품 쇼핑은 접어두고 책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람과 물건, 사람과 물건을 잇는 [인물 시리즈] 중 하나모리 야스지[花森安治]를 집어 들었다. 얇고 심플한 문고본 속에는 따뜻하고 좋은 말들이 가득 들어 있을 거 같아 손에 집어 든 순간부터 살짝 행복해졌다.
그리고 책 읽기 최고로 좋은 곳도 발견했다. 호텔 로비 옆의 라이브러리 카페, 요즘은 테이블을 독차지하는 행운이 계속 주어진다. 오늘도 커다란 테이블에 홀로 앉아 라뗴와 함께 독서의 시간을 가졌다. 책 코너에는 은근 [MUJI]를 들여다볼 수 있는 서적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 권을 골랐다. 요즘 모든 흰색들에 눈이 자꾸 가는데 오늘 고른 책의 표지도 마음에 콕 들어왔다.
일본 서점에 만나는 한국 책
[아몬드 アーモンド]
언제부터인가 일본 서점에 한국 책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한 코너를 가득 채웠다. 일본 서점에서도 감지되는 K 콘텐츠의 인기. 오늘은 한국 책 코너에 사람이 없길래 한참을 서서 둘러보았다. 페미니즘 책들이 반응이 좋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다양한 소재의 책들도 꽤 많았다. 이 많은 한국 책들을 일본에서 만나다니... 가타카나로 쓰인 한국 작가의 이름들이 괜스레 뿌듯하기도 조금 부럽기도 했다. 내가 찾아온 책은 바로 아몬드,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는데 2020년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일본에서의 반응도 굉장히 좋고. 책을 사기 전에 잠시 서서 책장을 뒤져겼는데 한국 책의 일본어 번역본을 읽는 느낌은 뭐랄까 느낌이 좀 색다르다. 일본어로 읽어 내리면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한 번 더 읽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다 읽고 나면 그때는 다시 원서로 읽고 싶어 지는데 아몬드도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아몬드에게도 북 커버를 곱게 입혀 주었다. 에코백을 깜빡하는 바람에 새 책을 한 손에 들고 타박타박.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다 오늘의 도쿄 타워 앞에서 찰칵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긴다.
하루 종일 책 보며 일하며
분키츠
하루를 꼬박 분키츠에서 보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분키츠는 입장료가 있는 서점으로 반은 워크스페이스 같고 반은 북 카페 같은 느낌이다. 짧은 여행 일정으로 잠시 들러가는 걸 추천할 수 없지만 여유로운 일정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거나 조용히 일 할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내가 첫 손님은 아니었지만 꽤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랐다. 입장 때 B라고 써진 핑크 벳지를 나눠주며 가슴에 달고 있으라 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이 시스템이 참 귀여운 것 같다. 가슴에 달고 있는 (말 잘 듣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둘러보니 나를 포함해 서너 명 보이는 것 같다. 핫한 산간을 보기엔 츠타야가 더 좋지만 여긴 또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전문 서적이 많아 좋다.
런치는 나폴리탄으로. 원래는 반숙 달걀이 올라가지만 살짝 빼달라고 주문했다. 정겨운 오리지널 나폴리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나폴리탄을 볼 때마다 예전 일본 티브에서 나폴리로 가서 나폴리탄을 맛 보이며 감상을 물었더니 이탈리아 사람들의 경악하던 표정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그래도 나는 가끔 나폴리탄이 그립다. 나폴리탄 하면 진보초를 가야 하는데...
독립서점 탐방
쌍둥이 사자당 [후타코노라이온도 双子のライオン堂]
산책길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자그마한 서점이 하나 있다. (서점이라는 말보다는 책방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문이 열려 있으면 한 번 들어가 보려는데 문이 열려 있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호기심만 자꾸 커져간다.
그렇게 눈여겨보고 있던 자그마한 책방이 문을 열었길래 큰 마음먹고 들어가 보았다. 무심코 보아왔던 파란색 문이 책 표지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손잡이가 보이지 않아 한참 헤매다 의외로 쉽게 열리는 걸 알고는 살짝 민망했다. 자그마한 책방이라 생각했는데, 문을 여는 순간 책장 가득 빽빽이 들어선 책들을 보고는 조금 놀랬다. 밖에서 상상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밝고 환한 모습도 조금 의외였다.
자그마한 책방에는 서점에 관련된 서적이 꽤 많았다. 구석구석 흥미로운 책들도 많고 잘은 몰라도 안쪽에 널찍한 책상이 있는 걸 보니 독서 모임도 종종 열리는 것 같았다. 한 번에 다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진 책방임에 분명하다. 작은 책방에서는 그곳을 닮은 일본의 작은 책방이라는 책을 한 권 샀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멀리 떠나온 것처럼 일상을 휴식이 되어 줄 것 같은 책을.
여행의 기억
케이분샤
한적한 동네의 조용하고 작은 서점이지만 문을 여는 순간 특별한 세상이 펼쳐지는 아주 멋진 곳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 그다음 스케줄은 접어두고 진열된 책들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서가에 나란히 꽂힌 책 제목만 읽어내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작은 서점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은 서점의 크기도 책의 배치도 아주 적당해서 서서 책을 뒤적이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왜 이제야 이곳을 찾은 건지 작은 후회를 하며 보낸, 이 번 교토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어느 서점의 사요나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서점 앞의 27년간 감사했다는 폐점 안내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기엔 동네의 오래된 서점 3곳이 모두 문을 닫게 되었다는 씁쓸한 이야기와 함께 서점이라는 업종의 형태는 이제 세상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걸까라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 있었다. 근처 서점의 폐점 소식을 보고 놀라 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마음이 이상했다. 폐점까지는 아직 한 달 반 정도가 남았는데 그 사이라도 좀 더 자주 들러야겠다.
벌써 어제의 일이 되었지만, 그 서점이 드디어 문을 닫았다. 마지막 날은 입구 한 편에 책 표지들을 작은 스티커처럼 만들어 붙여 놓았는데 그중에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도 있었다. 동네에서 서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내문이 인터넷 기사로도 올라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날 서점 계산대는 긴 줄이 이어졌다. 뭔가 아쉬운 느낌이 강할 거라 생각했는데 서점 안은 사람들이 북적여서 그런지 오히려 살짝 들뜬 느낌이 났다. 덕분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마지막 기념으로 문고본도 한 권 샀다. 이번에는 조금 가볍게 읽을 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