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치카츠[メンチカツ]/합석[아이세키 相席]

도쿄 맛집

by 우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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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치카츠

은근히 힘을 많이 쓰는 요즘, 퇴근시간만 되면 그 집 생각에 마치 참새 방앗간처럼 도저히 그곳을 그냥 스쳐 지나갈 수가 없다. 오늘도 창문 너머로 빈자리가 있나 기웃거리다 결국 또 들어오고 말았다. (이번 주는 세 번째) 나의 메뉴는 멘치카츠, 2년 가까이 늘 같은 메뉴만 먹는 여자. 이곳의 시그니처인 돈가스를 한 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주문을 할 때 직원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멘치가츠로 정리된다.

예전 판교에서 그릇샵을 했을 때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때는 근처 빵 가게의 팥빵에 빠졌었다. 출근길에 항상 그 빵집에 들러 팥빵을 쌌는데, 언제부터인가 직원들이 [오늘도 팥빵이시지요?]라고 인사하기 시작했고, 딱 그때부터 나는 팥빵만 먹는 여자가 되었다. 그렇게 팥빵만을 1년 넘게 먹다 보니 이미 팥빵녀가 된 나는 결국 판교를 떠나는 날까지 팥빵녀로 끝이 났다. 지금도 딱 그런 상황이다. 여긴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멘치가츠녀로 기억될 것 같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멘치카츠가 나왔다.

이곳의 멘치카츠는 고기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하나하나가 볼륨감 넘친다. 주문 시 양배추와 밥의 양을 선택할 수 있어 특히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대신 주문 시 미리 양을 선택하지 않고 추가로 리필을 요청할 경우에는 추가 요금이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즉 변심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거. 물어볼 때 적게 먹을 것인지 많이 먹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변함이 없길 바라는 주인의 마음이랄까. 물론 마음이 바뀌어도 상관은 없다. 대신 추가 요금이 발생할 뿐) 거기에 함께 나오는 돈지루[豚汁:돼지고기가 들어간 일본식 된장국]가 또 별미다. 이렇게 두둑이 한 그릇 먹고 나면 뼛속까지 든든해진다. 참, 여긴 소스보다 레몬즙을 뿌려 소금에 찍어 먹는 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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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치가츠만큼이나 이 집에 끌리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에너지 넘치는 주인아저씨의 눈인사다.

이곳은 들어가는 문과 나오는 문이 분리되어 있는데, 나오는 문쪽에 조리 카운터가 있다. 계산을 하고 있으면 계산대 등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의 [아리가또고자이마스]가 들려오는데, 그 소리에 항상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조리 카운터를 보게 된다. 그러면 주인아저씨는 꼭 눈을 마주치고 특유의 빠른 발음으로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한 번 더 외쳐준다. 물론 모든 손님에게 동일하게.

처음에는 주인아저씨가 꼭 손님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는지 몰랐는데, 인사 때마다 꼭 눈을 마주치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그 눈인사가 아주 크게 와닿기 시작했다. 맛있고 볼륨감 있는 요리에 따뜻한 눈인사와 힘찬 목소리가 더해져 특별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더불어 그 눈빛에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음식과 손님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골집의 에너지 넘치는 눈인사에 나도 모르게 힘이 솟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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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석[아이세키 相席]

며칠 전 점심시간에도 이곳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사람들이 가득했고 줄을 서 있는 내게 점원이 다가와 물었다. 아이세키[相席]도 괜찮겠냐고. 아이세키[あいせき: 相席]가 뭐냐 하면, 한국말로는 합석. 모르는 사람끼리 한 테이블에 함께 앉는 걸 말한다. 즉,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 4인용 테이블에 만약 2명이 앉았다면 남은 2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앉아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손님이나 가게나 모두가 바쁜 점심시간이나 좌석이 많이 없는 식당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물론, 나는 아이세키[相席]도 괜찮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먹고 나가는 게 더 좋으니까)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아이세키[相席]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각자 모르는 여자 3명과 모르는 남자 1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본의 아니게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풍경이 너무 재미나게 다가오는 거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아이세키[相席}에 앉아 옆 사람을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이 갑자기 왜 이리 웃음이 나는지.

먼저 4인용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4인용 테이블을 머릿속으로 4등분 하고 4분의 1인 자기 영역을 눈짐작으로 확인한다. 점원에게 받은 물수건과 물컵은 가능한 한 자기 가슴 쪽으로 놓고, 의자도 옆 사람과 최대한 거리를 둔다. 되도록이면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들지 않았다. 스마트폰이던, 책이던 고개를 숙이고 각자 음식이 나올 때까지 다른 일을 한다. 그리고 테이블 가운데에 있는 함께 사용해야 하는 소스나 냅킨 등을 사용할 때에는 옆 사람에게 아주 가볍고 짧게 고개를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사용한다. 이렇게 조심하다가도 본의 아니게 앞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서로 멋쩍은 얼굴로 짧게 눈인사를 한다. [너도 어색하니?] [나도 미치도록 어색해!] 뭐 서로 이런 마음일 거다. 암튼, 이 풍경이 뭐가 그리 웃기던지 식당을 나 온 이후에도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참, 전문 아이세키[相席]카페나 이자카야도 있다고 한다. 거긴 순수한 합석이 아닌, 만남을 위한 장소라는데 그 장면도 충분히 상상이 간다.


[とんかつまさむね]

위치 : 타메이케산노[溜池山王]역 도보 2분, 아카사카[赤坂]역 도보 4분

주소 : Tokyo, Minato ku, Akasaka 2-8-19

영업시간 : 점심 11:30~15:00

저녁 18:00~22:00

휴일 : 토요일 저녁/ 일요일/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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