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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Aug 18. 2024

[부산여행] 여행의 마지막은,

짧은여름여행

숙박은 청사초롱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라 잡는 코모도 호텔에서.

코모도 호텔의 외관은 친숙하지만

숙박은 처음이라

우리는 작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로비로 들어서 프런트까지 걸어가며

왠지 모를 이 친근감이 무엇인가 했는데,

그건 바로 [사랑의 불시착]이었다.

평양에 있는 호텔의 촬영 장소가 바로 이곳.

엘리베이터를 보니

드라마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다.

참, 체크인을 하면서 보니

프런트 아래로 12지신상도 새겨져 있었다.

(우사기 발견)

40년을 훌쩍 넘은 세월이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게 은근 멋스럽다.

이 호텔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객실 복도 끝으로 나있는 액자 같은 창문.

그리고 창문 너머로 펼쳐진 부산 풍경,

부산 타워를 올라가 본 것도 처음이지만

부산 타워가 이렇게 예뻐 보인 것도 처음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은 창문,

창문 너머 풍경은 복도 끝과 끝 쪽이 더 멋졌지만

나무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미닫이문은

룸 분위기를 한층 더 포근하게 만들어주었다.

(여담 하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도

부산 감성이 빠지지 않아

[국제시장] 다시 봤는데

영화에서 이 방이 그대로 나와

너무 신기했다는)

조식 식당은 또 느낌이 달랐다.

문이 닫혀 있을 때와 열려 있을 때의 느낌도 달랐고.

아침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이미 식당은 손님들로 반쯤 차있었다.

식당의 안쪽의 조용한 공간이 비어있길래

그쪽으로 자릴 잡았더니

완전히 식당을 독차지 한 것처럼

오롯이 우리들의 세상이 펼쳐졌다.

식당을 나오며 다시 뒤돌아보아도

독특한 디자인이 참 멋졌다.

작은 조명 하나에도 세월이 묻어나고.

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호텔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마치 어느 박물관에 온 것처럼

보면 볼수록 신기한 것들이 많다.

1층과 2층 그리고 지하로 이어진

계단 손잡이를 둘러싸고 있는 용 조각은

어떤 이의 문신 속에 살고 있는 용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것처럼 너무 리얼했다.

그것은 용이 그려진 벽화도 마찬가지였다.

2층으로 올라와

로비 쪽의 샹들리에 쪽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뜻밖의 아이들이 있었고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뒤 쪽 조명이 너무 강렬해

조금 흐릿하게 눈에 들어들어왔지만

앤티크 커피 그라인더는

나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진열이라기 보다

그냥 나란히 놓아둔 것 같은 느낌이 더 놀라웠다.

병풍도 서너 개가 비슷한 느낌으로

구석에 놓여 있었는데

무슨 비밀 방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왜 이리 신나던지.

2층에서 발견한 작은 조명도  

그 섬세함이 남달랐다.

깨끗하게 관리를 받고 있는 듯한 모습에는

왠지 모를 안도감마저 느꼈다.

로비의 화려한 청사초롱 샹들리에는

가까이서 보니  그 화려함이 훨씬 더 강렬했다.

온통 박물관이다.

참, 호텔의 이름인 코모도는

제독을 뜻하는데

이순신 장군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왠지 외관은 거북선 느낌)

아무튼,

기운이 좋다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벽화로 조각으로 그림으로

이곳에 다 모여있는 것 같다.

기대 이상의 호텔 투어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부산 여행도 끝이 났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알찬 여름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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