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이마데가와역에서 내려 데마치야나기여까지,
도시샤 대학과 교토교엔 사이를 걷는
산책 루트를 좋아한다.
도시샤 대학의 담벼락을 따라 걷다
대학에 잠시 들러 쉬어가도 좋고.
(이곳에 윤동주・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있다)
도시샤 대학의 담벼락이 끝나고
꽤 걸었다 싶을 때쯤
왼쪽 골목으로 방향을 꺾은 후
두세 번째 골목쯤이었나
그쯤에서 한 번 더 왼쪽으로 꺾어
조금 걸어가면 바로
데마치마스가타쇼텐가이[出町桝形商店街]가 나온다.
오래된 야채 가게와 없는 게 없을 것 같은 동네 마트,
헌책방, 소박한 식당과 카페, 정감 넘치는 극장까지,
장바구니에 뭐든 가득 담고 싶어지게 하는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한숨에 잊게 하는
일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쇼텐가이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독립영화관 데마치좌[出町座].
이곳에서 영화를 꼭 한 편 보고 싶었는데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던.
곱게 아껴두었다
교토의 일상을 즐길 날이 오면
그땐 바로 달려가는 걸로.
데마치좌 옆엔 헌책방이 있는데
또 여기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여기서 책을 뒤적이다 보면
상점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무심히 귀에 들려오는데
추억 돋는 엣 제이팝들에
좀처럼 발을 뗄 수가 없다는.
쇼텐가이를 빠져나와 길을 건너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정겹다.
참, 여기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다이후쿠를 파는
데마치후타바[出町フタバ]도 이 큰 길 쪽에 있다.
여기서 다이후쿠를 사서
카모가와에 앉아 먹는 사람도 많은데
언젠가 긴 줄이 없는 날을 만나면 나도 한번.
쇼텐가이에서 데마치야나기역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카모가와.
데마치야나기역을 지나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음악 카페가 하나 있다.
류게츠도[柳月堂],
1층 베이커리에서 구매한 빵은
카페에서 먹어도 좋다는데
이날은 베이커리가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카페는 온전한 음악 감상실과
카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음악 감상실은
대화 금지 스마트폰 금지의
본격적인 감상실이라
이날은 조금 편안한 카페 공간을 택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미안할 정도로 편안하게 즐긴 휴식시간.
어느새 해가 떨어지는 카모가와
다시 다리를 건너 타박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