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처음부터 목적지가 산주산겐도는 아니었다.
교토역에서 분명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를
향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히가시혼간지는 멀어졌고
나는 산주산겐도에서 발을 멈췄다.
걷던 중 또 다른 모습의 카모가와도 만났다.
교토에서 처음 보는 강가 맨션.
교토역에서 산주산간도까지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걷다 발견하는 새로운 풍경도
교토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니까.
아무튼,
그렇게 처음으로 산주산겐도에 가게 되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렌게오인 [蓮華ん王院]으로
본당의 기둥 사이가 33개로 되어있어
산주산겐도 [三十三間堂]라 불리고 있다.
1001개의 천수관음상이 즐비해 있다고는 해도
관음상의 숲이 그토록 웅장할 거라고는 상상 못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압도적인 풍경에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도 했지만
사진을 찍었다 해도
아마도 그 느낌을 담지 못했을 것 같다.
남북 120미터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이곳에서는
매년 1월 활쏘기 대회가 열린다는데
그 풍경도 사진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법당이라는 본당은
중간중간 문이 열린 곳이 있어
잠시 밖으로 나와 쉬어가기 좋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정원도 꽤 예쁜 데다
맨발에 닫는 낡은 마룻바닥 느낌이 좋아
한참을 쉬어갔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산들거리고
최고의 봄날이었다.
산주산겐도르 나와서는
맞은편에 있는 국립박물관에도
잠시 들렀다.
국립 박물관은 일정 때마다
전시회가 없는 시기라 들리지 못했는데
이번엔 정원이라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전시회가 없는 기간에도
정원은 개방하고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메이지 고도관은
1895년 준공되어
1969년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박물관 내 사정으로
평소에는 오픈하고 있지 않지만
골든위크 때 특별 공개가 되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박물관을 나와서는 어디로 향할까,
마치 정해진 루트처럼 이치카와커피로.
여기서 한숨 쉬었다 청수사 방향으로.
이 루트라면 걸어서
교토역에서 청수사까지도 가능하지만
이 루트로 걷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그날 커피를 마시고
키요미즈고조[清水五条]에서 전철을 탔다.
그리고 다시 카모가와.
결국 카모가와에서 카모가와로 끝났다는.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지는 카모가와.
그 앞까지 내려갔지만
건너지 못한 돌다리.
아직 한 번도 건너보지 못한 돌다리.
어린아이들도 잘 건너기만 하던데
뭐가 이토록 무서운지
나는 발이 떨어지지 않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