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그저 지나온 길
우울증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저 우울증을 지나왔을 뿐.
다리에 힘이 조금씩 붙는 만큼
나의 우울증은 조금씩 옅어져 갔다.
나의 우울증은 원인이 확실했고,
딱 그만큼만 회복이 되어 갔다.
역사에 if는 없지만,
만일 나의 몸이 회복되지 못했다면,
나는 우울증을 지나올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나의 한계를 보았기에,
장애를 계속 안고도
활기차게, 밝게, 행복하게,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삶을 충실하게 사시는 분들을 존경한다.
이 시절의 나를 살게 해 준 것은,
오디오 성경과 유튜브였다.
두 가지가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침대에 누워서 듣거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울하기에,
의욕이 없기에,
움직이기 힘들기에,
침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제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웠던 나는,
누워서 비몽사몽간에
성경을 들었고
또 유튜브를 보았다.
성경과 유튜브가 없었다면,
나의 우울증은 좀 더 깊어졌겠지.
이렇게,
비범하지 못한 나는
우울증을 지났다.
부끄럽게도, 그냥 지나왔을 뿐이다.
그 시절의 나와 함께 했던
오디오성경과 유튜버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