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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bechu 얀베츄 Aug 09. 2023

미국에서 교사가 되는 방법

제가 살고 있는 텍사스주 기준으로 알려드립니다

제가 마흔이 넘어 미국에서 정식으로 공립학교 교사가 되었다고 하면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신기해합니다. 한국에서 교대를 졸업하거나 전공 교직을 이수하고 국가공무원으로 시험을 보고 임용을 받는 공무원인데, 저는 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대학에서 교직을 이수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가능한 것은 미국에서 교사직은 한번 임용되면 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격증은 주 정부에서 수여하고 관리하지만,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교사 스스로가 학교를 골라 지원을 하고 채용이 되어 일하는 것인데, 해당 학교의 종신직도 아니고 때가 되면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지도 않습니다. 어떤 주는 테뉴어 제도가 있어 일정 기간 채용이 지속된 후에는 종신직을 받게 되어 교사가 스스로 그만두기 전에 학교에서 해고할 수 없는 곳들도 있습니다만, 텍사스는 테뉴어가 없습니다. 매년 재계약을 하거나, 학교 측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하거나, 교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학교에 새 직장을 잡아 옮기거나 하므로 매년 학교 스탭에 변동이 큰 편입니다. 매년 나가는 교사와 새로 들어오는 교사가 많아요. 수십 년씩 한 학교에만 근무하는 교사도 많고요.


미국의 교사는 각 주에서 교육과 관리를 담당하는 만큼 원칙적으로는 일하고자 하는 주의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해당 주 공립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간혹 사정에 따라 학교나 학군에서 승인을 해주면 타주의 자격증 소지자가 임시 자격으로 채용이 될 수도 있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정식 (사설) 과정에 입학한 상태인 사람을 미리 채용하고 일하면서 자격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교사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 텍사스 같은 주는 요즘 더 그런 추세가 강합니다. 그 말인즉슨, 교사로 채용되는 허들이 현재 상당히 낮은 상태라는 겁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떠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겠지만요. 일단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문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텍사스 주에서 교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 한 번 보겠습니다.



옵션 1.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것입니다. 이때 필수로 이수하는 과목들로 자격증에서 요구하는 교직 이수가 되고, 주 시험을 대비하는 공부도 됩니다. 그리고 자격증에 필수 조건인 교생실습도 학교 과정의 일부로 편성이 되어있으니 애초부터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아예 교육학을 선택한다면 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 시험도 모두 마친 상태가 됩니다. 졸업 때까지도 주 시험에 통과 못하면 졸업 후에 재시험을 보기도 하지만요.
이 경우가 비용으로 치면 가장 많이 듭니다. 대학교 등록금이 비싸잖아요. 등록 기간도 훨씬 길고요.


옵션 2. 이미 가지고 있는 학사학위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신 분 혹은 미국이든 다른 나라에서 대학을 나와 학사학위를 이미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해당합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 다시 대학이나 대학원을 가서 교육학을 전공할 필요가 없어요. Educator Preparation Programs 혹은 Alternative Certifiction Programs이라는 사설 과정에 등록해서 필요한 수업을 듣고(이것을 Pre-service Training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속성으로 압축해 놓은 교육학 수업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주 시험을 칠 자격을 부여받은 뒤 시험을 치르면 됩니다. 비용은 5천 불 정도이며, 소요기간은 사람마다 달라요. 많은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게 구성되어 있어서 시간을 충분히 집중해서 쓴다면 빠르면 3~4개월에도 따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다른 일을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1년에서 2년 정도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고 시험을 다 합격하면 일단 Statement of Eligibility(SOE)라는 것을 받습니다. 이 SOE가 있으면 교사직에 1년간 채용될 자격이 있는 것인데요, 이 SOE로 학교에 채용이 되고 나면 주에서 1년짜리 임시 자격증을 줍니다. 하지만 완전무결한 정식 자격증을 받으려면 이 주어진 1년 동안 인턴쉽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합니다. 인턴쉽 기간 동안에 ACP는 교사의 교실에 담당자를 보내 5번의 참관을 하며 점수도 매기고 피드백을 줍니다. 그리고 인턴쉽 중에 마쳐야 하는 실무 중에만 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하나 있고, Pedagogy and Professional Responsibilities(PPR)이라고 하는 시험도 합격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 해를 끝내면서 내 담당자와 나를 채용한 교장이 텍사스 주에 나를 교사 될 자격이 있다고 추천해 주면 드디어 정식 자격증을 부여받게 되는 거지요. 자격증은 5년마다 갱신하고요.

인턴쉽의 장점이라면 100% 교사의 연봉을 받으면서 정식 교사로 1년간 일하게 된다는 거예요. 인턴쉽은 두 학기, 즉 1년이 걸리므로 자격증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한 학기, 4개월간의 교생실습을 선택해도 되는데요, 교생은 정식 교사의 교실에서 함께 일하며 배운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급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어요. 담당 슈퍼바이저 교사와 합이 맞지 않아도 힘들고, 게다가 무보수가 주는 스트레스도 큰 것 같더라고요. 미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교사가 된 제 친구도 대학생 때 교생실습을 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남 밑에서 교생을 했든, 맨땅에 헤딩하듯 냅다 교사로 채용이 됐든 첫 해에 죽을 고생 하는 건 똑같다고 하더구먼요.


옵션 3. 특정 실무 현장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을 증명하고 ACP에서 교직 관련 과정을 이수한 뒤 수험 자격을 얻어 주 시험을 통과하고 교사가 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옵션은 주로 Career and Technical Education(CTE)라고 하는, 직업교육 과목의 교사들에 해당합니다. 마케팅, 경영학, 컬리너리, 약학, 의학, 간호학, 컴퓨터 공학 등등 실무와 직접 관련된 과목의 경우 이렇게 실무자들을 교사로 채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목들에 해당하는 학사학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통은 옵션 2에 뭉뚱그려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선 이 옵션은 아예 제공하지 않기도 하고, 제가 소속된 프로그램에서도 점점 이 옵션을 없애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저도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짐작하시듯 제가 자격증을 따는 과정은 옵션 2입니다. 제가 소속된 프로그램은 텍사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 Texas Teachers of Tomorrow라는 기관인데, 과거 있었던 문제로 인해 향후 주 인증을 유지할지 못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하니 새로 등록하실 분들은 해당 기사를 찾아서 읽어보시면서 현 상태를 점검하시고 결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다른 기관도 많으니까요. 저는 현재는 인턴 자격증을 딴 상태로, 2023년 8월 현재 곧 시작되는 새 학년도와 함께 1년간 인턴쉽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저는 작년에 현재 학교에 채용이 되어서 이미 지금의 포지션에서 1년의 경력이 있답니다. 자격증도 SOE도 아직 없는 상태로 채용이 되었거든요. 천천히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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