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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dom akin to feral Aug 17. 2024

힘들어져만 가는 요즘 생활

요즘 나는 이곳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았던 탓에 이곳으로 돌아왔을 신데렐라가 무도회장에서 실컷 즐기고 집에 도착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10원 한 장이 아까워서 절약하고 절약하는 삶을 살다가 한국에 가니 180도 다른 초호화 생활을 했다.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하고 싶었던 것들 실컷 하고, 가족들이랑 놀러 다니고, 친구들 만나서도 하고 싶은걸 다 했다.


꿈같던 두 달이 지나고 집에 다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다행히 집은 토네이도에 날아가지 않았고, 도둑도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집이다 보니까 울적한 마음은 커져만 간다.


두 달 동안이나 집을 비웠으니 분명 대청소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 모든 걸 다 버리고 도망을 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생긴다. 학생 신분이 그렇듯 우리의 집도 오래된 주워온 가구들, 싸구려 물건들로 둘러싸여 있어 어느 하나 정을 붙인 게 없다. 


나는 그저 이 집에서 버틸 때까지만 버티자 라는 마음으로 청소 따위 꼭 필요한 곳만, 그것도 억지로 했다. 그래서 미국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대청소를 안 했다.


희한한 일이다. 이 집에 처음 이사 올 때만 해도 그렇게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시간은 좋은 것도 희미하게 만든다. 지금은 그저 이 공간에 어쩔 수 없이 앉아있는 기분이 시시각각 하루 종일 든다. 언젠가 꼭 탈출하리라 라는 생각뿐이라 무의식 중에도 그런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탈출이 쉬운가? 우리 가족의 현재 상황상 남편이 직장을 잡고 졸업을 해야 탈출을 할 수 있다. 이 도시에 사는 이유가 단지 남편의 학업 때문이니 그것이 마칠 때까지 별다른 옵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주체가 아니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를 돕는 것 외에는 기다리는 일 밖엔 없다.


요즘엔 설상가상으로 더워진 날씨 탓에 집에 모든 벌레가 총출동한다. 5년이 넘게 갈지 않은 싸구려 카펫은 아무리 청소기를 돌리고 카펫 베큠을 써도 깨끗하지 않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집을 손대야 하는 걸까? 나에게는 정말 어떤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다.


집에는 개미가 기어 다니고, 벽에는 진드기와 거미가 있고, 좀은 예전부터 계속 출몰 중이다. 침대에서 잠을 자면 몸이 간지러워 힘들다. 아무리 침구를 빨고 뭘 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절망적이다. 이렇게 이 집에서 며칠밤을 더 자야 이삿짐을 쌀 수 있을까?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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