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프로포절 디펜스를 마친 지도 이제 1달을 거의 채워 간다. 사실 이번 디펜스를 끝내고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니, 사실은 디펜스를 통과한 것에 안심은 했지만, 행복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프로포절 디펜스를 통과했지만, 지도 교수님이 잡마켓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사실 12월에 디펜스를 했기 때문에 이제 부랴부랴 잡마켓에 나가도 이번 사이클에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디펜스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 교수님과 커미티의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반영해서 페이퍼를 디벨롭시키지 않으면 잡마켓에 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같은 지도 교수님 아래서 수학하는 다른 친구는 이미 지난봄에 프로포절 디펜스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유로 아직까지도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잡마켓에 나가는 것을 허가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라고 별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다른 지도 교수님들 아래서 수학한 친구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졸업까지의 관문이 수월해서 남편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편하게 통과한 친구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졸업을 하고,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졸업도, 취업도 하지 못한 채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남편과 나는 마음을 다르게 먹기로 했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네임드 지도교수님과, 그보다 강력한 대가 커미티 멤버들을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남편은 그들의 가르침 아래 진정한 학자가 되기 위해서 호되게 교육을 받는 중이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 좋은 소식은 어찌 되었건 간에 프로포즈 디펜스를 다시 하지는 않아도 되니까. 취업은 잠시 잊고 교수님들이 조언해 주신 대로 다시 차분히 논문을 써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이렇게 장기적이면서 계속적인 시련이 닥치는 힘든 일들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Resilience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큰 깨달음을 얻어간다. 이 길 위에서 시련이 "또" 왔다고 마냥 슬퍼하거나, 하던 일들을 포기해 버릴 수는 없다. 본인의 마음 회복 탄력성이 기반이 되고, 외부 요인인 박사 과정이라는 쉽게 걸어 나가기 어려운 구조적인 틀, 그리고 나 같은 주변인들의 지속적인 도움 등이 수반된다면, 결국 그 길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어느 순간에 우리는 다른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