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휴일도 모두 반납하는 삶

by Freedom to Transcend

이번 가을학기는 우리 둘에게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다. 나는 로스쿨 첫 학기였고, 남편은 1인 2역으로 교수와 학생 역할을 모두 해야만 했다.


상대적으로 공부량도 많고 미숙했던 나를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공부 외에 다른 일들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남편은 더더욱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우리는 각자의 생일날도 공부와 일을 했다. 미역국은커녕 남은 반찬들로 대강 십분컷 식사를 하고 할 일을 해야 했다.


학기 중에 몇 번이고 친구, 친척들이 내가 사는 도시로 찾아왔지만 거의 만나지 못했다. 로스쿨이나 박사과정, 교수직 등 우리가 처한 상황들을 모두에게 이해시키기도 불가능했다. 먼 곳까지 여행 와 우리를 찾아줬는데 응답하지 못해 미안함이 컸지만 우리는 너무 절박했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절박하면 모든 상황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찌저찌 나는 학기를 마쳤고, 남편은 연말에 논문집필에 총력을 다했다. 이제 공수교대를 해서 나는 남편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 모든 잡일을 맡았다. 주부로만 지내던 게 익숙해서 오랜만에 집안일을 도맡아 하니 맘이 편했다. 도시는 어딜 가나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반짝거렸지만, 우리 둘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우리 앞의 일에 몰두했다. 참 우울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또다시 견뎌야 했다.


우리는 몇 번이고 이런 겨울을 보냈고, 또 이런 겨울이 온 것뿐이다. 그러나 매 해 겨울 우리는 그 인내의 대가로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제 정말 남편 학업 터널의 끝이 멀리 보인다.


남편은 이제 정말 어엿한 학자의 태가 난다. 본인의 분야에 대해 나에게 이것저것 설명하고, 연구 아이디어가 샘솟아 말이 많아진다. 남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남편의 얘기를 듣다 보면 덩달아 신이 난다. 이제 정말 졸업이 다가오는 걸까? 믿기지는 않는다. 실물 졸업장을 받는 날이 온다면 그 때야 정말 믿게 될 것 같다.


새해가 밝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각자의 1년 스케줄이 이미 짜져 있다. 올해도 쉴 틈 없이 바쁜 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올 해의 크리스마스는 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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